
2025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계적인 완구회사 마텔(Mattel)이 최초의 AI 기반 장난감 출시를 예고했다. 이제 바비 인형이 단순히 말을 거는 것을 넘어,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숙제도 도와주며, 아이의 상상에 언제나 맞장구를 쳐주는 시대가 열린다. 지금까지 유아기는 AI의 영향력이 비교적 덜 미쳤던 몇 안 되는 시기였지만, AI 장난감의 등장은 가장 뇌가 유연하게 발달하는 유년기마저 인공지능이 좌우하는 시대로 이끌고 있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성 상담 전문가인 필자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청소년에게 그랬듯, 이제는 아이들의 창의력, 비판적 사고, 사회성을 기술적 편의와 맞바꾸려는 것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평균 IQ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독립적 문제 해결과 비판적 사고가 줄어든다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AI의 답을 의심 없이 신뢰하는 아이들은 분석, 기억, 판단 등 두뇌의 ‘근육’이 점점 약해진다.
디지털 환경 덕분에 공간 지각력 등 일부 인지 능력은 오히려 향상되고 있지만, 아이들이 화면과 스마트 장난감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친구들과의 상상 놀이, 갈등 해결, 협동 등 ‘진짜 놀이’에서 배우는 사회성은 약화될 수 있다.
AI 바비, AI 곰인형, 감정에 따라 반응하는 로봇 등 새로운 AI 장난감들은 맞춤형 학습, 언어 발달, 창의성 증진을 내세운다. 실제로 AI 스토리텔링 로봇이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를 도울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Elgarf et al., 2024).
그러나 어두운 면도 있다.
AI 장난감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만 반응하고, 절대 다투지 않으며, 즉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이 때문에 아이가 인간 친구보다 AI 친구에 더 집착하게 되고, 타협·공감·갈등 해결 등 사회적 기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아이들의 뇌는 경험에 따라 유연하게 연결 구조가 변하는 ‘신경가소성’이 매우 높다. 즉, AI 장난감과의 상호작용이 많아질수록 사회성, 공감, 인간관계와 관련된 신경회로가 다르게 발달할 수 있다. AI 친구에 의존하는 아이들은 또래와의 복잡한 사회적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줄었다고 느꼈다(Gurdatta et al., 2025). 하지만 이는 ‘가짜 평온’일 수 있다. 실제 사회적 상황에서 연습이 부족하면, 오히려 대인관계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AI 장난감이 아이들의 창의성, 사회성, 정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지금 우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시간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AI 장난감이 기회의 격차를 벌릴지, 의존성을 키울지, 혹은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열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부모를 위한 조언
·AI 장난감이 집에 들어온다면, 균형이 중요하다.
·아이가 기술 중심 놀이와 또래와의 전통적 상상 놀이를 모두 경험하도록 유도하라.
·AI 장난감과의 경험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실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라.
·부모의 관심과 개입이 아이의 두뇌와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길을 연다.
·우리가 아이에게 AI 바비와 곰인형을 쥐여줄 때, 그들의 유년기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아닌지,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
이 선택이 미래의 친밀감, 창의성, 인간관계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Source: Psychology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