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중시하고 ‘소버-큐리어스(sober-curious, 술을 마시지 않는 삶에 호기심을 갖는)’ 트렌드를 따르는 소비자들이 음료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이에 맞춰 글로벌 음료 개발사 플라보만(Flavorman)과 증류주 교육기관 문샤인 유니버시티(Moonshine University)의 전문가들이 무알코올(Non-Alcoholic, NA) 증류주 시장의 성장 배경을 분석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웰니스(Wellness) 지향, ‘더 나은 선택(better-for-you)’에 대한 수요 증가는 음료 전반에 걸쳐 뚜렷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 소다, 수분 보충 음료, 무알코올 맥주·와인·증류주 등 다양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증류주 분야에서는 Z세대를 중심으로 합법적 음주 연령대의 알코올 소비가 줄고, 희귀성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저도주 및 무알코올 제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주류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무알코올 증류주 시장의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플라보만의 수석 플레이버리스트이자 공인 향미 화학자인 톰 깁슨(Tom Gibson)은 “과거에는 0% 알코올 증류주는 불가능한 꿈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라보만의 연구진은 분석화학, 향미 과학, 창의력을 결합해 전통 증류주의 특징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목표 증류주의 ‘화학적 지문(fingerprint)’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량의 콩제너(congener), 퓨젤 오일(fusel oil), 휘발성 화합물 등을 정밀 분석한 뒤, 이를 인간의 미각 관점에서 해석해 각각의 화합물이 어떻게 맛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 순수 오크 추출물을 첨가해 숙성에서 나오는 탄내, 담배, 바닐라, 당밀 등 다양한 풍미를 구현하는 것도 주요 기술 중 하나다.
또한 플라보만 연구개발팀은 알코올 특유의 점도와 질감을 모방해, 일반적으로 물 기반 제품이 부족한 ‘두껍고 기름진’ 입 feel을 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샤인 유니버시티의 증류 운영 매니저 클레이 스미스(Clay Smith)는 증류업계의 시각을 전했다. 기네스, 하이네켄 등 대형 맥주 브랜드가 무알코올 버전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것과 달리, 증류주 업계는 아직 본격적인 도전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그는 “무알코올 RTD(Ready-To-Drink, 즉석음료) 칵테일이 전통과 혁신을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미스는 “문샤인 유니버시티는 무알코올 제품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며, “전통적이면서도 비전통적인 증류 방식으로 향미 농축액을 만들어 다양한 무알코올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생산자들이 무알코올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크래프트 증류주 시장의 성장세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무알코올 RTD 칵테일은 큰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마음 챙김 소비(mindful consumption)’가 확산되면서 무알코올 증류주는 더 이상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장인정신, 과학, 혁신이 어우러진 무알코올 증류주 시장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음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ource: The Shout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