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히비스커스 코스트를 강타한 폭풍처럼,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 곳곳은 기록적인 홍수와 사이클론 등 극한 기상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 거센 자연재해의 연속은 뉴질랜드인들의 인식과 행동을 크게 바꿔놓았다.
AMI, State, NZI 등 주요 보험사가 의뢰한 ‘와일드 웨더 트래커’ 전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자연재해로 삶에 영향을 받은 뉴질랜드인은 54%에 달한다. 41%는 직접적인 피해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놀라운 변화도 있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재난 대비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0%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83%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제 뉴질랜드인 4명 중 3명은 “우리 집은 웬만한 폭풍에도 견딜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처럼 높아진 경각심은 주거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응답자의 90% 가까이가 “이사나 집 구매 때 자연재해 위험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은 상대적으로 평온했지만, 여전히 2024~2025년 봄·여름에만 메트서비스가 89건의 기상특보를 내렸고, 14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사이클론 탬(Tam) 등으로 파이어&이머전시NZ(FENZ)는 오클랜드와 노스랜드에서만 470건의 구조·복구 요청을 받았다.
재난이 남긴 상처는 물리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폭풍에 대한 불안”을, 43%는 “홍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AMI, State, NZI의 아만다 화이팅 대표는 “집을 잃거나 대피한 고객들은 재난 이후에도 오랜 기간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비가 오면 잠들기조차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이웃과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힘이 더욱 부각됐다.
뉴질랜드 정신건강재단 조사에 따르면, ‘강한 공동체 의식’이 재난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히비스커스 코스트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페이스북 그룹, 자율 대응팀이 실시간 정보 공유와 지원에 큰 역할을 했다.
주민 트라셀라 오웬스는 지난 18개월간 각 지역에 재난 대비 지원 그룹을 조직해왔다. “진짜 회복력은 이웃을 잘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비상시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만다 화이팅 대표는 “정부와 지역사회가 더 현명한 건축·주거 정책, 취약계층 보호, 그리고 위험지역 이주 등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풍은 지나갔지만, 뉴질랜드인들은 더 강해지고 있다.
이웃과 손잡고, 스스로를 지키는 ‘회복력’이 이제는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