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10대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율이 세계 평균은 물론 호주보다도 높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학 저널 ‘더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지난 30년간 200여 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12~18세 청소년 중 뉴질랜드 여성의 약 30%, 남성의 5명 중 1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평균은 여성 18.9%, 남성 14.8%로, 뉴질랜드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호주 역시 높은 수준이지만 뉴질랜드보다는 약간 낮았다. 미국과 영국 남성의 피해율은 각각 16%대인 반면, 뉴질랜드 남성은 약 22%에 달했다.
특히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피해율이 매우 높으며, 실제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는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가 아동기(15세 이하)에 처음 피해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는 예방 정책이 어린 시절에 집중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1년부터 25년간 7,000만 달러를 투입해 성폭력·가정폭력 종합대책(Te Aorerekura)을 추진 중이지만, 최근 소녀 대상 성폭력 피해율이 오히려 다시 증가하는 경향도 보고되고 있다.
Te Aorerekura의 1단계는 12개 정부기관의 협업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평가에서는 “성과가 고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단계에서는 목표를 줄이고, 13억 달러에 달하는 관련 예산과 계약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카렌 추어(Karen Chhour) 담당 장관은 “더 적은 과제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클랜드대학 커뮤니티 헬스학 교수 자넷 팬슬로우(Janet Fanslow)는 “이번 연구가 단순히 서랍 속에 묻히지 말고, 실질적인 투자와 정책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의학 전문가 레이첼 로스크비스트(Rachel Roskvist) 박사도 “포괄적인 관계·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는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등 다양한 젠더 집단의 피해율이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추가 연구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