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의 고층건물이 철거된 부지에 집단으로 서식하던 수백 마리의 보호종 갈매기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가 그곳에서도 다시 떠나게 됐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의 아마(Armagh) 스트리트에 있던 PWC 사무용 빌딩은 2011년 지진으로 인해 지난 2018년에 건물이 철거되고 기초만 남았었다.
그런데 이곳에 물이 고이자 보호종인 ‘검은 부리 갈매기(black-billed gulls, tarāpuka)’가 대거 몰려들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매년 번식철이면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은 지난 3년간 어김없이 이곳으로 다시 날아와 새끼들을 키웠다.
그러나 작년에 새로운 가톨릭 성당을 짓기 위해 기초를 마저 철거하자 이들은 새 서식지를 찾아야만 했는데 이들이 찾은 곳은 크라이스트처치 북쪽의 벨파스트(Belfast)에서 공사 중인 빗물처리장(stormwater basin)이었다.
이곳 역시 작년 8월에 코로나19 록다운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는데, 그 틈에 이곳을 강물 유역으로 착각한 갈매기들이 몰려들었다.
한창 때는 750마리나 됐는데 시청에서는 ‘심각한 멸종 위기(critically endangered)’ 등급의 갈매기 새끼들을 보호하고자 공사 중단 조치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물이 해자 역할을 해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갈매기들을 보호해줬으며 시청에서도 수위를 면밀히 점검해 새끼들이 빠져 죽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유수지 주변에는 접근이 금지됐으며 시청에서는 주변에 쥐와 같이 새끼들을 노리는 포식자를 잡기 위한 덫을 설치했다.
최근 번식기가 끝나고 대부분의 갈매기들이 이곳을 떠나면서 금년 1월 중순부터는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시청의 조류 담당자는 다음 번식기 무렵에는 서식지 환경이 바뀐 것을 보고 갈매기들이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이들 검은 부리 갈매기들은 페리미드(Ferrymead)의 찰스워스 습지 보호구역(Charlesworth Wetland Reserve)과 다이아몬드(Diamond) 하버의 보트 계류장 부근에서도 서식 중인데, 한편 이 갈매기 종류는 작년 12월에 보호 등급이 ‘멸종 위험-감소(at risk – declining)’로 일부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