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철새 한 마리가 뉴질랜드에서 적도를 넘어 한국까지 날아가 발견됐다.
최근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된 화제의 주인공은 ‘큰뒷부리도요(Bar-tailed Godwit)’ 한 마리.
흔히 도요새로도 불리는 이 새는 철마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는 초 장거리 비행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낙동강에서 발견된 도요새의 오른쪽 발목에는 흰색 표지가 달려 있었으며 ZKV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확인됐다.
이는 이 새가 뉴질랜드에서 출발했음을 확인해주는 증명서나 마찬가지인데, 철새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 표식에 각 국가별로 지정된 색을 사용하며 흰색은 뉴질랜드를 의미한다.
‘큰뒷부리도요’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Data Book)에 ‘준위협종(NT‧Near Threatened)’으로 분류된 국제적 보호 조류이다.
적색목록의 준위협종(NT‧Near Threatened)은 멸종위기 직전의 상태 또는 보호조치가 중단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이 위성으로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뒷부리도요새는 뉴질랜드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약 1만km를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날아오는 최장거리 이동으로 이미 유명한 새이다.
지난 2008년에도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얄비(4YRBY)'라는 이름의 도요새가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돼 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새는 이후 4년간 매년 같은 시기에 낙동강 하구를 찾아와 많은 이들로부터 관심을 끌었고 이를 소재로 ‘위대한 비행’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낙동강 하구가 계속 개발되면서 발견되는 도요새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뉴질랜드에서도 이전보다 개체 수가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한국의 물새 조사팀은, 2000년대 초반에는 250마리 이상의 뒷부리도요가 발견됐지만 현재는 수가 급감해 이번 조사에서는 불과 18마리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도요새는 통상 뉴질랜드가 가을이 되면 이곳을 떠나 북반구로 향하며 한국 등을 거쳐 시베리아나 알래스카까지 이동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온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지난 2011년 지진이 나기 전까지는 에이본강 하구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도요새가 발견되면 대성당의 종을 쳐 새봄이 왔음을 축하하곤 했었다.
또한 매년 도요새가 북으로 떠나는 무렵에는 새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모여 누브라이턴(New Brighton)에 모여 탐조 행사와 함께 가을이 저물고 있음을 아쉬워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