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
지난 주는 제게 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제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운동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겁니다.
이 기계는 워낙 시장 수요가 적고 특이하여, 본체를 구하려 해도 뉴질랜드에선 안 됩니다.
제작 회사는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 글로벌로 판매하는 것인데
제가 정말 지난 2년 반 동안 줄기차게 써왔던지라 중요한 파트의 모터가 고장 난 겁니다.
이것을 교체하려 온세상 인터넷 쇼핑점을 찾다가 정말 운 좋게도
호주에서 어느 체육 용구 숍이 부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모터와 함께 그와 관련 된 세트 부품도 주문을 하게 되었는데,
아뿔싸 !! 이게 별 주문이 없는 것들인지라 자기네들이 미국 본사에서 수입을 한 뒤
저에게 다시 발송하기까지 2 달이 좀 더 걸린다고 하더군요.
사고는 또 다른 사고를 낳고...
할 수 없이 그냥 오작동을 할지라도 사용은 가능하기에 2 달을 버텨 보려고 맘 먹었는데
이런.... 그 모터를 여러 번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하다가
그만 아주 치명적인 작은 플라스틱 부품에 스크류를 결합하는 부분이 크랙이 간 겁니다.
너무나 난감하여 오클랜드 안에서 플라스틱 부품을 용접하는 전문가가 있나 없나
구글링을 하노라 힘겨운 날을 보냈어요. 결과는 실패에 실패....
부득불,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또 누구나가 그렇게 하듯
며칠 전에 코리아포스트 이곳에다 부품의 시진을 올렸죠.
행여나 작은 플라스틱 부품을 용접해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나 여쭈면서요. (보신 분은 압니다 !)
허억 ! 알.... 알람 가이 (Alarm Guy)님이 ...???
근데 코포의 대단한 위력이 저에게도 찾아 왔네요. 즉각 어디선가 문자가 온 겁니다.
그 작은 플라스틱 부품을 3D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도무지 믿기지 않더군요. 혹이나 큰돈을 요구하는 게 아닌지 염려도 되었고
(실제 그 플라스틱 부품은 호주 달러로 1개 3불 50센트)
그 크랙이 난 부품마저 행여나 문제가 생기면 저는 2 달 이상을 운동을 굶어야(?) 하니 말입니다.
제가 망설이는 사이.... 문자를 주신 그 분이 이번엔 카톡을 보내 왔는데
카톡의 이름이....난데 없이 알람 가이님????
(이름 모르실 분 없죠?? 교민사회에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바로 그....그 분 말입니다.)
바로 그 분 알람가이님이 제 플라스틱 부품이 어느 기계에 사용 되는지 찾았노라
하시면서 3D 프린트를 이용하면 해결 가능하노라 하시잖아요??
그 질긴(?) 알람 가이님과의 인연
전 그제서야 의심이 사라지며 지난 세월 2 번의 인연을 기억했어요.
12년 전 집을 팔 때 오셔서 알람을 손 봐주셨고,
그 뒤에 새로 이사한 곳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때도 도와주셨으니까요.
비록 얼굴을 전혀 기억에 없지만 인연은 인연 아닌가요?
제가 전에 뭔가 착한 일을 단단히 한 게 많은 가봅니다, ㅋㅋㅋ.
이런 인연이 제게 큰 도움으로 찾아왔으니 말임다.
제가 사는 곳이 노쇼와는 거리가 상당히 멈니다.
그 잘난 부품 하나를 들고 가서 며칠 지난 뒤에 다시 찾으러 가야 하는 등,
나이도 많은 제가 오르락 내리락 하기엔
정말이지 힘에 버겹고 시간도 그렇고 기름값도 엄청 납니다
하지만 알람 가이님은 그 부품을 우편으로 보내라 하시기에 모든 고민은 깔끔!!
반송 우편료 쬐금과 함께 재료비로 아주 쬐금 현금을 넣어 보내드렸는데요,
(수리비로는 어림없는 것이었죠. 하지만 저에겐 그 분과 인연이 있었잖아요, 인연 !!)
알람 가이 님은 즉각 특이한 방법으로 크랙을 땜빵 하시고는, 거기다 훗날에도 크랙이 생길 때 쉽게
땜빵이 가능한 O Ring을 스패어로 잔뜩 보내 주셨어요. 그것도 자그마치 20개.... 20개...
제가 그 운동기구를 손주가 죽을 때까지 사용해도 다 쓰지 못할 양 을 말입니다.
땡큐, 알람 가이 님.
제가 죽는 날까지 님의 그 귀한 선물을 잊지 못할 겁니다.
우리의 삶도 땜빵 될 수 있을까요??
교민 여러 분.
이런 것은 우리 같은 교민들에게 큰 축복이 아닐까요?
어느 누군가가 생각치도 않게 저처럼 망연자실한 일을 당할 때,
비용적으로는 비록 크지 않을지라도 나로선 해결할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굴리고 있을 때,
알람 가이 님처럼 천사가 불쑥 나타나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으시면서
그 난감한 일을 깔끔하게 해주신다면, 바로 그게 우리가 사는 이곳이 천국일테지요.
제가 1 년 전에 수술 문제로 이곳 코포에 여러 분의 의견을 찾을 때, 그때 어느 분은
"수술 후 집까지 바래다 줄 사람이 없다면 내가 도와줄 게요."란 글을 올려 주셨더라고요.
그 분이 뉘신지 저는 지금도 모릅니다만, 그 분의 따뜻한 댓글에 지금도 가슴 뜨거워집니다.
(눈 가에 축축한 습기도 고이고요...)
교민의 삶은 고국과 달리 혼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꾸려나갈 수 없기에,
군데 군데 구멍이 나서 메꾸기 어려운 우리 삶을,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도와 알람 가이 님처럼 기꺼이 땜빵해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삶을 가리켜 피폐하노라 하진 못 할 겁니다.
이런 것을 요즘 좀 유식한 말로 재능 기부라고도 하는 모양인데요,
이게 우리의 교민 사회에 아름다운 전통으로 남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모든 분이 복 많이 받으시길 소원합니다.
(덧붙임 글) 알람 가이님은 제가 보내 드린 그 작은 현금으로 우편료로 쓰셨고
또 가족과 함께 찐빵 드시러 간댔어요. 정말 모첨 제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질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