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과 갈등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단절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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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학교 내에서 공부도 잘하면서 성격도 좋아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남학생을 상담하게 되었는데, 부모하고의 갈등이 심하고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아 몇 년째 힘들어 하고 있다 했다. 성적이 점점 떨어지면서 담당 딘이 상담할 것을 권하면서 만나게 되었는데 우울증이 있어 보일 정도로 의욕이 떨어져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면서 부모님과의 상담이 절실하다 여겨졌지만 그 학생이 동의하지 않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유는 그래 봐야 소용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2년간 부모와 대화를 시도해보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 할수록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들로 여김을 당하고 전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자신의 삶에 반영되지 않아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결국은 대학을 멀리 지원해서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만 불태웠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국 십대 학생들의 이슈 중에서 7-80% 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들이 친구나 이성문제 혹은 왕따 등 가정 외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고민하겠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자신만이 겪을 수 있는 삶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부모와의 갈등 혹은 부모의 불화로 인해 힘들어 하고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이런 부모와의 갈등의 원인 대부분은 사례의 학생처럼 부모가 자녀의 생활을 심하게 통제하면서 일어나게 된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데로 공부에만 올인할 것을 요구하고 운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친구들과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점차 홀로 방 안에만 있게 되고 점차 공부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하게 되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성적이 떨어지니 부모의 간섭과 시간의 통제가 더 심해지고 스트레스를 풀 운동과 여가시간을 가지지 못하니 실질적으로 공부의 질이 떨어지니 악순환인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4시간 책상 앞에 붙어 있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닌데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빈둥거리게 되는 격이다. 
사실 부모의 불화 외에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이 학업과 관련된 부모 자식간의 이런 갈등들이고 서로의 요구사항이 정 반대이다 보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대화가 단절되고 그러면서 갈등은 깊어만 가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자녀가 실력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현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대학에 들어가기를 요구하면서 어려운 과목들을 선택하고 헤매고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원망과 실망이 쌓여가고 결국 이런 스트레스가 오히려 학업 성취도나 부모와 자녀들 사이의 관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가 부모 자녀들 간에 토론이나 의견수렴 같은 대화에 익숙한 것이 아니고 부모들도 어려서부터 연습이 되어있지 않았고 또 복종이나 순종이 좋은 미덕으로 여겨졌던 사회에서 살면서 내 자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같은 방식의 태도나 행동을 요구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로 인해 몰라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어려움들을 겪었을 뿐 부모들을 만나 그런 자녀들의 어려움들을 나누고 좋은 방식들을 함께 모색해 보면서 달라진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다. 
 
부모가 되는 것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갈등이 내 가정에서 내 자녀와 나 사이에 자라고 있다고 여겨진다면 관련된 글들을 읽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상담교사가 학교에 있다면 찾아가 보고(부모와의 상담도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다; 영어의 어려움이 있음을 밝히면 학교측에서 방법을 마련한다), 믿을 만한 제 3자에게 객관적인 중재역할을 맡기고 대화를 시도해보거나, 대화를 하다가 감정적으로 치우칠 염려가 된다면 편지를 교환하는 방법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이 깊어지기 전에 내 자녀가 더 방황하기 전에. 자녀들은 누구나 한결같이 부모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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