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날로그(Analog) 음악 애호가 김동욱님

인터뷰:: 아날로그(Analog) 음악 애호가 김동욱님

0 개 5,527 장새미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애국가를 작곡하신 안익태 씨의 연주회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나서부터 였습니다. 1962년 당시 늘 팝만 듣던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저는 '클래식 음악이 확실히 팝하곤 다르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 아날로그(Analog) 음악 애호가 김동욱님

/인/터/뷰/


온통 디지털 세상이다. 이제 LP레코드와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음악은 CD와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악에 밀려 희귀해 진지 오래다. 하루하루가 바뀌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MP3의 깨끗한 음질과 간편한 휴대성에 매일같이 이어폰을 귀에 꽂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음악이 이뤄낸 음악 생산의 경제화와 음악 대중화 앞에, 과연 아날로그 음악은 이제 그 생명력이 끝난 것일까?

어느덧 CD도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추세에 맞지 않게, 여전히 아날로그 음악을 고집하는 음악애호가 김동욱님을 만났다. 20대인 나는 아날로그 음악을 전혀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CD보다 더 깊은 소리를 내는 음판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다. 중ㆍ장년층의 잊혀진 감성을 깨워준다는 레코드,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낡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지지직거리는 잡음 섞인 탁한 소리를 상상하며 엄청난 고물 취급을 해 오던 나에게, 김동욱님이 소유하고 있는 진공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아날로그 음악의 섬세한 소리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아날로그 음악의 매력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날로그 음악 감상과 음질 분석이 취미라는 김동욱님. 인터뷰를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한 나는 음악 감상실처럼 꾸며진 거실로 안내되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실 풍경이란 TV와 DVD 시스템이기 마련인데, 김동욱님의 거실에는 Tannoy Autograph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를 갖춘 LP레코드 재생 시스템이 나를 반겼다. 거실 자체가 하나의 작은 음악 감상실이었다. 벽에는 현악4중주를 연주하고 있는 음악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액자가 걸려 있고, 그 아래 책꽂이에는 수백 장의 LP판이 꽂혀 있었다. 디지털 음악만 들어와 LP레코드의 가치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그가 소유하고 있는 레코드 컬렉션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책꽂이 앞에 서서 레코드판의 제목을 읽어보니 대부분 클래식 음악들이었다.


 
▲ Tannoy Autograph 스피커와 진공관 앰프를 갖춘 LP레코드 재생 시스템


*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전부 클래식 음악이군요.

“네, 거의 다 클래식이죠. 90%는 클래식이고 10%는 옛날 흘러간 올드팝입니다. 한 4000장정도 되요. 거실에1/5이 있고 나머지는 2층에 있어요. 현대 음악은 거의 안 들어요. 제 주관이지만, 재미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POP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싫증이 나는 반면, 클래식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좋습니다. 음악은 최소한 50번 내지 100번은 들어야 해요. 그래야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2~3시간씩 음악감상을 한다는 김동욱님은 주로 식사를 마친 오후 2시~5시경, 또는 저녁에 듣기 시작하면 8시~11시 경까지 듣는다고 한다. 그가 즐겨듣는 클래식 음악은 낭만주의 이후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하이든, 베토벤, 슈벨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보케리니, 드보르작, 베를리오즈... 한 명 한 명 좋아하는 천재 작곡가들의 이름을 외던 김동욱님은 책꽂이에서 LP레코드 판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다.

“일단 오셨으니까 환영하는 의미에서 한 곡 들려드릴게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가 쓴 철학 서적을 읽고 감명을 받아 리하르트 스트라우스가 쓴 곡이죠. 우주를 유영하는 것을 묘사한 작품인데 광고에 많이 나옵니다. 짠-! 하고 울리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음악 감상의 시작은 이 곡으로 문을 열면 제격입니다.”

종이 재킷에서 조심스럽게 판을 꺼낸 그는 LP 레코드를 기기에 올려놓고 부드러운 천으로 몇 초간 정성스럽게 판을 닦았다. 그 섬세한 손길을 보니, 음악 애호가 김동욱님에게 있어 오디오 시스템이라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 수준의 의미가 아닌 열정이 느껴졌다.


 
▲ 현악4중주를 연주하고 있는 음악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액자와 수백 장의 LP판 컬랙션


* 아날로그 음악을 고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62년 당시 ‘시민회관’이었던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애국가를 작곡하신 안익태 씨가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교복을 입고 몇 번 가서 들었어요. 늘 팝만 듣던 저는 그 날 클래식 연주를 듣고는 ‘아, 클래식이라는 건 확실히 팝하곤 다르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고 오디오에 관심을 가졌는데 월남에서 1년 봉급으로 조그만 오디오 세트를 샀어요. 그 땐 정말 비쌌어요. 오디오를 듣기 시작한 건 제대한 1969년부터니까 오디오에 입문(入門)한 지도 한 40년이 됐네요.

1973년부터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94년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지요. 한국에서는 외제 판은 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뉴질랜드에서는 그런대로 다양한 종류를 구입할 수 있었어요. 뉴질랜드에서 산 LP는 2000장 정도입니다. LP레코드는 보관만 잘 하면 한 100년은 가죠. 지금 가지고 있는 음반은 대부분 40~50년 된 중고인데 잘 나오는 편입니다. 중고로 쓸 만 한 건 10~30불 정도에 살 수 있고 3~5불짜리도 있어요. LP판은 보관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 음악을 들으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저에게 음악 감상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는 골프를 치고 낚시를 할 수 있지만, 집에서는 머리를 식히고 긴장을 풀어주는 게 음악 감상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 공연이 펼쳐져도 그 음악을 듣기위해 우리가 당장 런던으로 날아갈 수도 없는 거고, 공연장에 갈 수도 없으니, 가정에서 오디오를 통해서라도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항시 들을 수 있지요. 어떻게 보면 이 LP 기술은 최고의 음악을 뽑아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재미있는 거예요.”

* 소유하고 계신 LP레코드 재생 시스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Pre는 W.E 121, PowerAmp는 Western Electric Lux 300B입니다. Turn table은 GYRO-DEC이고 스피커는 Tannoy Autograph입니다. 1980년에 구입했으니 30년이 지났습니다. 이 스피커를 이곳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자아, 일반 전축하고 진공관 소리하고 뭐가 다른지 이제 들어보세요.”
LP레코드판 위에 바늘을 조심스레 내려놓자,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30년을 쓴 스피커는 에이징이 잘 되어서 소리가 좋다고 하더니, 아주 큰 스피커에서 너무나 생동감 있는 소리가 흘러나와 잠시 멍하니 듣고 있었다. 음악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스페인 최고의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파코 페냐(Paco Pena)’의 1971년대 판 라이브 공연과 세계에서 유일한 가족 기타리스트이며 명성이 자자하다는 ‘로스 로메로스(Los Romeros)’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런 생생한 소리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악기 소리들이 끝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마치 공연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만 같은 사실적인 소리였다.


 
▲ 김동욱님의 자택 2층에 꾸며져 있는 LP음반 컬랙션


김동욱님은 CD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를 주파수 때문이라고 말했다. CD의 소리는 거의 정해져 있는 반면, LP는 음판마다 다르고, 바늘마다 다르고, 선 하나를 조금만 갈아도 소리가 확 달라진다고 한다. 작은 변화에 음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CD가 나쁜 것만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Analog에 비해 조금 덜 natural한 것 빼고는 음반구입과 보관의 편리성, 기기구입, 섬세한 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감상할 때는 마룻바닥에서 듣는 것이 좋습니다. 카펫은 음을 다 빨아들이니까요. 소리가 마루에 반사되어 튄다면 가운데에 조그만 카펫을 한 장 놓고 그 위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 더 완벽하죠. 그리고 천장이 높아야 소리가 좋습니다. 벽이 유리인 공간도 적합하지 않아요. 유리로 된 홀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음악을 들으면 귀가 막 멍멍- 한 데, 반사가 심해서 귀를 때려서 그래요. 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바로 소멸되어야 하는데 잔향이 계속 남는 거죠. 한 시간 지나면 피곤하고 골이 띵~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질이 나죠. 좋은 스피커는 거의 그렇지가 않아요.”

CD나 MP3를 통해서는 들을 수 없었던 짙은 소리에 감동이 밀려왔다. 귀가 홀리는 듯 한 이런 음질을 매일 들으며 취미로 삼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김동욱님은 고전 클래식 음악과 OLD팝음악 등 자택에 보유중인 다양한 음반을 함께 들으며 의미있는 음악감상 취미를 나눌 회원을 찾고있다. 생각보다 바쁘고 고달픈 삶을 지탱해 주는 뉴질랜드에서 달콤한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동욱님은 아날로그 음악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울림을 소개하며 오디오 취미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아날로그 음악을 접하고 LP 아날로그 재생음의 우수성과 CD음의 상대적 열등함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CD를 틀었지만, 아날로그 음악의 그 부드러운 소리는 아직도 내 감각 속에 살아남아, 귓가에 여전히 첼로소리가 흐르고 있는 것만 같다.

연락처: 444-7903 (가능한 오후) 기기 및 음반구입, 기타 Audio 전반에 대한 조언을 아무런 부담없이 해드린다고 함.

장새미 기자 reporter@koreapost.co.nz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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