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복에 담긴 뜨거운 열정, 검은 띠에 새겨진 굳건한 의지가 보인다. 뉴질랜드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를 향한 간절한 꿈을 키워가는 한인 청년이 있다. 지난 4월, 타우랑가에서 열린 전국대회(2025 Budo South Open Championship)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한인 선수이다. 멈추지 않는 그의 도전은 오는 6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국기원 대회(TNZ Kukkiwon Cup)로 이어진다. 작년 대회 우승자로서 2연패 달성과 더 나아가 올림픽 무대를 향한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전 민국(ANK 태권도)선수를 만나 보았다.
지난 4월 전국 태권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 3연패를 했을 때, 58kg 체급 최고라고 인정받아서 정말 좋았다. 기쁜 것도 있지만, 스포츠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너무 컸다. 하지만 이제 곧 6월 대회 준비 때문에 쉴 시간 없이 다시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정도 뛰면서 몸을 풀고 기본 발차기, 근력 운동, 스피드 운동, 밴드 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실전 겨루기 감각을 계속 유지하려고 직접 북섬 태권도장들을 찾아다니면서 여러 선수들과 실전 게임으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나의 가장 큰 무기는 뛰어난 유연성과 빠른 스피드다. 발차기 기술 중에서는 돌려차기, 찍기, 컷트 발차기 등에 특히 자신 있다. 올림픽 체급 중 가장 낮은 58kg급이지만, 가끔 피지컬이 월등한 선수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래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피드와 유연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승부를 걸려고 노력하고 있다.
3년 연속 정상! 전국을 제패한 순간
타우랑가에서 열린 전국대회(2025 Budo South Open Championship)는 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전국 규모의 큰 대회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이 대회에 항상 참가했고, 올해까지 59kg 체급에서 3연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결승전 상대는 작년 한국 춘천에서 열렸던 춘천 국제 코리아 오픈 뉴질랜드 주니어 대표로 함께 출전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태권도 겨루기는 3판 2선승제로 진행된다. 누가 먼저 두 판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태권도 겨루기의 점수 체계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발로 몸통을 정확히 차면 2점, 얼굴을 차면 3점, 주먹으로 몸통을 치면 1점이 주어진다.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1점 감점을 받는데, 이 감점은 상대방에게 1점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두 선수 간 점수 차이가 12점 이상 벌어지면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는 차등 점수제라는 규칙이 있다. 결승전 상대와는 1회전과 2회전 모두 차등 점수승으로 경기를 끝냈다. 상대에게 단 한 번의 유효 타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시합 중에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2회전에서 상대가 앞발을 드는 찰나에 돌개차기(토네이도 킥)로 상대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해서 5점을 얻고 승리했던 기억이다. 보통 발차기로 얼굴을 맞히면 기본 3점을 받지만, 회전 공격과 같은 고난도 발차기는 추가로 2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 겨루기 규칙이다.
5살 때,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
태권도 사범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다섯 살 때 처음 태권도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선수로서 활동은 초등학교 6학년을 시작으로 여러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면서 자연스럽게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초등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 세 시간 넘게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훈련했고, 처음 경험한 동계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매일 일곱 시간씩 훈련하는 동계 훈련은 중간중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지만, 함께 훈련하는 동기들과 선배들 덕분에 즐겁게 훈련할 수 있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세계유소년 태권도 연맹대회 금메달, 한체대 총장기대회 은메달, 경민대 총장기 대회 금메달 등을 땄다. 이러한 만족스러운 성적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 같다.
국가대표 선발, 국기원 대회 우승 위해 최선
국기원컵 대회는 뉴질랜드에서 매년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전국 태권도 대회다. 뉴질랜드 전역은 물론 주변 국가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참가한다. 작년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뉴질랜드 시민권이 없어서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회에서 3연패를 달성하자 뉴질랜드 태권도 협회에서 이번 6월에 열리는 국기원컵 대회에서 우승하면 시민권 취득 절차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되면 10월 시니어 월드 태권도 챔피언십 대회 출전 기회까지 얻게 된다. 꿈이 한발짝 다가선 기분으로 희망을 품고 정말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고 꾸준히 성실하게 훈련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해서 우승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올림픽 출전 선수
결국 모든 스포츠 선수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좋은 성적으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꿈이다.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아직 태권도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이 없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모든 태권도인들은 염원하는 메달 획득을 위해 끊임없이 모두들 노력하고 있다. 나 또한 그 꿈의 주인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글, 사진; 김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