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런드리 자동화 업계의 길을 열다, 신 창훈

뉴질랜드 런드리 자동화 업계의 길을 열다, 신 창훈

0 개 561 김수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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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전역 11개 매장을 아우르는 600여 대 규모의 ‘런드리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성장한 한인이 있다. 20년 전, 단 20대의 기계로 시작한 작은 가게가 오늘날 뉴질랜드 세탁 업계의 자동화 선두주자가 되었다.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현장에서 다져온 성실함과 기술적 집념이 빚어낸 결실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자체 키오스크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며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 그는, 이제 사업가로서의 날카로운 통찰을 넘어 오클랜드 한인회 부회장으로서 동포 사회의 화합을 위해 조용히 헌신하고 있다. 성실함이 곧 최고의 비즈니스 전략임을 몸소 증명해 온 신창훈 대표(Crystal Laundromat)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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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라는 무기, 키오스크를 통한 혁신

2006년 설립된 크리스탈 런드로매트(Crystal Laundromat)는 위생과 품질을 최우선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해온 셀프 세탁 전문 브랜드다. 시작은 작은 가게였지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고객 편의를 높일까’라는 20년 된 집요한 질문이 나를 움직였다. 당시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없어 직접 키오스크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초기에는 기계보다 사람에 의존하는 고객들의 낯선 시선과 실망 섞인 반응에 부딪히며 통증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피드백을 수용하며 묵묵히 시스템을 수정해 나갔다. 그러던 중 마주한 팬데믹은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을 부각하며 내가 공들인 자동화 시스템의 가치를 폭발시켰다. 이제 이 시스템은 우리 매장의 효율을 넘어 동종 업계에 판매될 만큼 견고한 솔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에게 기술은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반복 업무를 줄여 사람이 고객에게 더 깊은 가치를 전하게 돕는 ‘도구’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나는 외형적 확장보다 지난 20년간 지켜온 ‘청결’과 ‘고객 신뢰’라는 본질을 더욱 공고히 하며 이 가치를 현장에서 계속 증명해 나갈 것이다.



격변의 시대를 지나 찾은 뉴질랜드

사회생활은 한국의 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 후 마주한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회사는 비교적 건실했으나, 이후 그룹이 워크아웃을 겪으며 나 역시 새로운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미국행을 택했고, 그곳에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중 2001년 ‘9·11 테러’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현지에서 직접 목격했다. 미국 사회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충격과 혼란은 나에게 세상과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학업이 내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깊은 고민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1년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은 결국 나를 뉴질랜드로 이끌었고, 그렇게 2004년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닦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에서 현실이 된 ‘런드리 사업’

미국 체류 당시, 세탁 및 런드리 업계에 종사하며 기반을 잡은 수많은 한인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사업 제안도 몇 차례 받았지만, 당시의 여건으로는 선뜻 시작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 접했던 런드리 사업 모델은 내 머릿속에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후 2004년 뉴질랜드로 이주하며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  다시 한번 이 업종에 주목했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세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고 운영의 안정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에서 보았던 사업 모델이 이곳 뉴질랜드의 환경과 결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은 곧 실행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오고 있다.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런드리 비즈니스’

처음 런드리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를 떠올리면, 매장에서 새벽 별을 보며 출근해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치열한 나날들이 선명하다. 나도 처음이었고 직원들도 초보였던 시절이라,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단순히 기계를 돌리는 일이 전부가 아니었다. 매장 운영부터 생소한 마케팅, 까다로운 고객 응대와 영업, 그리고 시시때때로 말썽을 부리는 기계 관리까지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몸소 부딪치며 배워야 했던 그 시절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고단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값진 자산이 되었다. 현장의 밑바닥부터 훑으며 익힌 사업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후  전국적인 규모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그때 흘린 땀방울이 없었다면, 아마 오늘의 자동화 시스템도,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인회 부회장, ‘화합과 성공적 매듭’

사업가로 20년을 달려온 나의 시선은 이제 우리 동포 사회를 향해 있다. 현재 오클랜드 한인회 부회장으로서 가장 큰 목표는 한인회장님의 남은 임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수많은 사업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현장에서 세밀히 지원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는 부산과 오클랜드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다. 1996년 이후 성숙해진 양 도시의 인연을 담아, 올해 ‘한인의 날’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단순한 내부 잔치를 넘어 현지 사회와 깊이 교류하며 한인의 위상을 높이는 행사가 되도록 나의 모든 역량을 보탤 생각이다. 거창한 수식어보다 동포 사회의 협력과 화합을 돕는 묵묵한 ‘징검다리’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진심 어린 바람이다.


사업을 통해 얻은 결실을 한인 사회와 지역 공동체에 기꺼이 나누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손을 보탤 수 있는 성실한 봉사자로서의 삶 또한 묵묵히 이어가고 싶다.


김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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