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아빠, 까만머리는 저 밖에 없어요.- 정현석군 가족

[350] 아빠, 까만머리는 저 밖에 없어요.- 정현석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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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이 보면 별거 아닌 일로 인터뷰를 다 한다고 할 거예요. 수 많은 종목 중에 하나에 출전해서 수상한 것 뿐인걸요. 세일링을 시작한지도 1년 남짓이라 아직 초보단계예요."

지난 1월 29일 오클랜드 기념일을 맞아 개최된 리게타(Regatta:요트레이스)에서 Optimist부문 우승을 차지한 정현석(11)군의 아버지 정윤성(42)씨는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골프, 농구, 테니스, 승마 등 많은 교민자녀들이 특기활동으로 스포츠를 즐기고 있지만 요트를 배우는 학생은 흔치 않다.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운동에 비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어머니 손은미(39)씨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애들 교육에 너무 극성스러운 것 아니냐'는 주변의 핀잔도 여러 번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클럽 활동을 계속 지원할 수 밖에 없는 건, 아들 현석 군의 세일링에 대한 애정이 대단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교훈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

"세일링은 자연을 이용하는 것"

현석이가 내린 세일링에 대한 정의는 11살 꼬마가 내린 결론 치곤 제법 의젓하다. 아버지 정씨는 세일링의 매력이 바로 그 점에 있다며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요트는 자연적인 힘을 이용하는 스포츠예요. 바람과 물살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이용해 무동력으로 항해하는 거죠. 때문에 자연을 민감하게 읽고 항해 내내 많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또, 한 두 시간의 세일링을 위해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준비작업과 후반 정리 작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 모든 과정이 아이에게 산 공부죠."

금융업을 하고 있는 정윤성씨는 덕분에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 배를 끌고 가서, 돛을 묶고, 정비하는 모든 과정에 부모가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꾸준히 아들의 클럽활동을 함께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들과 아버지 사이는 더 할 나위없이 돈독해진다.

"아빠와 아들이 한 팀이 되서 땀 흘리며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도 기쁘구요."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미 세일링 애호가가 되 버린 어머니 손은미씨는, 이제 "어떤 걸 잘 하는 아이도 부럽지 않다.".

"작년에 노스 아일랜드 챔피언 쉽에 출전 했을 때, 추운 날씨에 흠뻑 젖은 몸으로 강행군을 참아 내던 아들이 너무나 대견했어요. 결과를 떠나서 그런 모든 경험이 우리 아이의 삶에 훌륭한 자양분이 되리라 믿어요."

뉴질랜드는 세일링 강국

오클랜드 앞 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요트 수가 증명하듯 뉴질랜드는 세계적인 세일링 강국이다. 창피한 얘기지만, 필자 본인은 본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세계적인 세일러들 중에 반 이상이 뉴질랜드 출신이예요. 뉴질랜드가 세일링을 배우고 참여하기에 최고의 나라인 반면, 관심을 가지는 교민이 아직 많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아버지 정씨는 세일링이 한국인이 경쟁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스포츠라고 설명한다. "세일링은 사고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경기예요. 작은 체구의 동양인들에게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죠. 서양인들에 비해 체력이 좀 딸려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정현석 군은 현재 Murray's bay 세일링 클럽에서 1년 째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이 뭐냐는 질문에, "글쎄요. 꿈이 계속 바뀌어요."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아이답지 않게 신중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평소 조용한 성격답지 않게 세일링에 관해서 라면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설명하는 현석이의 모습을 보며, 훗날 까만 머리의 한국인 출신 베테랑 세일러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이연희 기자 (reporter@koreatimes.co.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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