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항공편이 동시다발적으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항공 전문가들이 그 원인으로 태양 방사선(solar radiation)을 지목하고 있다. 해당 현상은 항공기 주요 전자 시스템에 예기치 않은 오류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에어버스 A320 계열 항공기에서 문제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일부 지역의 항공사들은 최근 며칠 사이 항공기 출발이 잇따라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일부 노선은 운항이 전면 취소되기도 했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Airbus)는 A320 시리즈 약 6,000대에서 동일한 유형의 비행 제어 오류가 감지됐다고 보고하면서, 현재 각 항공사와 협력해 긴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 “태양 방사선이 전자 회로 데이터 흐름 교란, 비행 제어에 영향”
호주 그리피스대학교(Griffith University)의 항공 전문가 시드니 디거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의 원인에 대해, “태양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가 항공기 내부의 전자 회로를 통과하면서 데이터 흐름을 교란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비행 제어 장치로 전달되는 신호에 영향을 미쳐, 항공기가 예상치 못한 조종 변수(pitch·banking)를 보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방사선 영향은 고도와 비행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강한 태양폭풍(Solar Storm) 시기에는 항공 전자 시스템에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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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도 영향, 항공편 취소와 지연 이어져
이번 현상은 뉴질랜드에서도 직접적인 여파를 남겼다. 에어 뉴질랜드(Air New Zealand)를 포함한 국내선과 국제선 일부 항공편이 안전 점검을 이유로 운항을 취소하거나 일정에 큰 지연을 겪었다.
토요일 오전 한때 국내외 노선을 막론하고 항공편이 연달아 결항되었고, 오클랜드 공항에서는 수백 명의 승객이 긴 대기열에 갇혔다.
항공 당국은 "승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에어버스의 권고에 따라 관련 기체를 추가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민간항공국(CAA) 관계자는 현재 비행 안전에는 즉각적인 위험이 없지만,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각 항공사와 협력해 소프트웨어 패치를 빠르게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NZ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오클랜드 공연도 일부 변경, 연주자 결항으로 프로그램 조정
항공편 결항의 여파는 예술계로도 미쳤다. 29일 토요일 밤 오클랜드 타운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NZSO)의 조이스 디 도나토(Joyce DiDonato) 콘서트는 일부 프로그램이 긴급히 수정되었다.
웰링턴을 출발하려던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항공기 지연으로 발이 묶이면서, 당초 준비됐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연주 인력 부족으로 취소되었다. 이 곡은 각 악기군에서 최소 18명 이상의 연주자가 필요한 대규모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NZSO는 이에 따라 보다 작은 편성으로 연주가 가능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라 관계자 톰 카디는 "연주자 상당수가 웰링턴에서 이동하지 못해 부득이한 변경이었다. 관객에게 최고 품질의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