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억 달러 규모의 키위세이버(KiwiSaver)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이 자금이 실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ANZ은행은 자사 3개 키위세이버 펀드에서 지금까지 11만5천 명 이상이 첫 주택 구입을 위해 30억 달러 이상을 인출했다고 밝혔다. ANZ 인베스트먼트의 매니징 디렉터 피오나 맥켄지(Fiona Mackenzie)는 “키위세이버가 수많은 뉴질랜드인들에게 첫 주택 구입이라는 큰 걸음을 내딛게 돕고 있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약 9,200명의 회원이 첫 주택 인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평균 인출 금액은 43,000달러, 평균 연령은 34세였다.
국세청(IRD)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한 달 동안 키위세이버를 통한 첫 주택 인출액은 2억3,4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Cotalit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켈빈 데이비슨(Kelvin Davidson)은 “키위세이버 인출 가능성이 없었다면 일부 구매는 지연되거나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며, “결국 이는 주택 가격을 일정 부분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보조금 형태와 달리, 키위세이버는 시장에서 직접적인 ‘공짜 자금’이 아니므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밀어올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Kernel Wealth의 창립자 딘 앤더슨(Dean Anderson) 역시 “키위세이버는 뉴질랜드인들의 ‘부동산 중심’ 사고방식을 강화했지만, 실제 가격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첫 주택 구매자가 전체 매입의 27%를 차지하지만, 2023년 이후 주택 가격은 오히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공급 증가와 이민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nfometr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닉 브룬스던(Nick Brunsdon)은 “키위세이버는 단순히 주택 구입 보조금이 아니라 투자형 저축수단으로, 자금이 묶여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축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키위세이버가 첫 주택 구매자의 예산을 소폭 늘렸을 수는 있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며 주로 금융지식이나 절제력이 낮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ōura의 창립자 루퍼트 칼리온(Rupert Carlyon) 역시 “키위세이버가 없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저축 수단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시장 전체적으로 주택가격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ANZ는 첫 주택 인출자 중 60%가 성장형(growth) 펀드, 14%가 현금형(cash) 펀드에 가입해 있었다고 밝혔다. 브룬스던은 “이는 많은 첫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 변동성을 감수하며 수익률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단기 인출을 앞둔 가입자에게는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키위세이버는 뉴질랜드의 주택구입 문화와 저축 습관을 바꾸는 데 기여했지만, 주택가격 상승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