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소비자들이 호주에 비해 백색가전(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구매 시 수천 달러를 더 지불하는 현실이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고 있다. 일부 제품은 호주보다 최대 30%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으며, 그 원인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 간 백색가전 가격 격차는 단순한 환율 차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가격 비교 사이트와 소비자 경험을 보면, 같은 모델의 가전제품이 호주에서는 1,299호주달러(약 1,400뉴질랜드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1,900뉴질랜드달러가 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히트펌프 건조기나 고가의 오븐 등 특정 품목은 40%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나라다.
대부분의 백색가전이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호주보다 훨씬 높은 해상 운송비가 가격에 반영된다.
또한, 뉴질랜드 전체 인구가 500만 명 남짓으로, 호주(2,600만 명)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다.
판매량이 적으니 유통업체와 수입업체가 단가를 낮추기 어렵고, 고정비 부담도 더 크다.
뉴질랜드의 GST(부가가치세)는 15%로, 호주(10%)보다 5%p 높다.
이 차이도 가격 격차의 일부를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체감 가격의 차이는 세금 차이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뉴질랜드의 백색가전 유통시장은 소수 대형 유통업체(노엘리밍, 하비노먼, JB하이파이 등)가 과점하고 있다.
경쟁이 제한적이라 가격 인하 압력이 약하고, 일부 브랜드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한다.
특히 “세일” 가격이 실제로는 정상가에 가깝고,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와 흥정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가격 유지에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원자재(특히 철강)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백색가전 가격 인상에 한몫하고 있다.
뉴질랜드 대표 제조사 피셔앤파이켈(Fisher & Paykel)은 2024년부터 백색가전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고 밝혔으며, 이후 다른 제조사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뉴질랜드 소비자들은 “백색가전은 원래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부는 호주에서 직접 구매해 배송하는 방법을 찾기도 하지만, 운송비와 A/S 문제, 전기 규격 차이 등으로 쉽지 않다.
소비자 단체는 “가격 비교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고, 세일 기간을 노리거나, 브랜드별 신뢰도와 내구성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