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배설물로 퍼지는 기생충인 톡소플라스마증(Toxoplasmosis)으로 인해 약 1만 명의 뉴질랜드인이 시력을 일부 또는 영구적으로 잃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타고 대학교 연구진은 뉴질랜드에서 약 4만 명이 안구 톡소플라스마증(ocular toxoplasmosis)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 중 4분의 1은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는 심각한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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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손상,예고 없이 찾아와
오타고 대학교 안과의 간호사로 근무하는 다니엘 윌슨은 근무 중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며 증상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눈이 매우 아프고 빨갛게 충혈되었고, 밝은 빛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안과 검진을 받은 윌슨은 눈에 톡소플라스마증 감염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고양이 배설물로 흔히 전파되는 이 기생충이 수년간 몸속에서 잠복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30대 초반인 윌슨은 치료 첫 주에 매 시간마다 안약을 넣어야 했고, 18개월 동안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야 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재발할 지 몰라 불안해 하며 눈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녀는 흉터가 눈의 시야 중심부에 아주 가까이 있어서, 흉터가 더 심해지면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세계 최고 수준 감염률
톡소플라스마는 세계적으로 감염성 안구 질환의 주요 원인이며, 뉴질랜드에서도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오타고 대학교 안과 전문의 프란체스크 리보 박사는 아주 어린 환자를 포함해 감염 환자를 정기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그 중 한 의대생은 한쪽 눈의 중심 시력을 잃고 외과의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리보 박사는 망막에 염증이 생기면 시야가 흐릿해지고,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흉터가 남아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톡소플라스마증은 전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뉴질랜드의 감염률은 훨씬 높을 수 있다. 와이카토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감염률이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생충 톡소플라스마 곤디(Toxoplasma gondii)는 고양이 장 속에서 번식하며 배설물에 있는 알을 통해 전파된다.
토양과 담수에 있는 고양이 배설물은 조류와 포유류(인간 포함)에게 최대 2년까지 톡소플라스마증을 감염시킬 수 있으며, 알은 바닷물에서 6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
태아와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 톡소플라스마증은 실명, 뇌 손상, 심지어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감기 수준의 증상으로 지나간다. 그러나 이 기생충은 체내 낭포 안에 잠복해 있다가 재활성화되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리보 박사는 뉴질랜드인 약 1만 명의 시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매년 약 1,000건의 재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보다 톡소플라스마증 발병률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고, 일부 사람들은 안과 진료를 받기 어려워 제때 발견되거나 치료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리보 박사는 덧붙였다.
치료법 개발, 예산 부족으로 중단
오타고 대학교 기생충학 교수 브루스 러셀은 현재의 치료법이 효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현재 약물은 기생충의 잠복 단계에 잘 듣지 않고,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염증을 억제하지 못해 망막 손상이 진행된다고 러셀 교수는 말했다.
다행히 러셀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에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견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연구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는 리보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90만 달러 규모의 연구 지원금을 마스덴 펀드(Marsden Fund)에 신청했지만 거부되었다.
러셀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참여했던 4억 2천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연구 프로젝트에 포함됐던 약물들을 갖고 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톡소플라스마와 크립토스포리디움 치료제를 개발하던 오타고 연구소는 2023년 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고, 현재 대부분의 연구는 해외로 이전되었으며 싱가포르가 신약 개발 작업을 이어받았다.
뉴질랜드 가정의 40%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톡소플라스마증은 법적으로 보고 의무가 없는 질환이지만,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42건이 보고되었고, 이 중 15건은 태아 감염이었다.
또한 이 기생충은 사람뿐 아니라 토종 야생동물과 해양 포유류에도 치명적이다. 키위, 카카 같은 조류와 헥터돌고래, 마우이돌고래 같은 고유종에도 위협이 된다. 양 농가에서는 유산을 유발해 경제적 손실이 크다.
의사들은 임신 중이거나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은 날고기, 덜 익힌 고기, 염지한 고기, 또는 저온 살균되지 않은 우유로 만든 제품을 먹지 말 것을 경고했다. 또한 고양이 배설물 처리 시 장갑을 착용하고, 아이들의 모래놀이터에 덮개를 사용하고, 정원 가꾸기에는 장갑을 착용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먹기 전에는 손 씻기를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