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점차 옛 방식인 유선전화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LP판, 벽돌폰, 필름 카메라 등 과거의 아날로그 기술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끊임없이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완전한 단절을 가능케 하는 유선전화가 ‘디지털 디톡스’와 ‘경계선 재설정’의 상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캡슐NZ의 비비엔 베두야 기자는 “휴대폰과 SNS에 지친 젊은이들이 한정된 연결성을 가진 유선전화를 찾는 현상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인스타그램 설문조사에서 62%가 스마트폰 이전 유선전화 시절에 대한 향수를 표출할 정도다.
디지털 연결 전문가인 웰링턴 빅토리아대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강사 알렉스 비티 박사는 “유선전화의 복귀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라며, “밀레니얼 세대는 ‘그 시절’을 기억하지만, Z세대는 이 복고풍 기술 설치 자체가 경계 재설정을 위한 상징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유선전화는 화면이 없기에 SNS 알림, 영상통화 스트레스, 끝없는 비교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비티 박사는 “특히 자기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 여성들에게는 소셜 미디어가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화상 통화와 달리 목소리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불안이 적고, “음성 자체를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점도 정신적 부담을 완화한다.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로 대두되며,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먼저 유선전화를 설치해 디지털 노출을 늦추는 방식을 택한다. 캡슐 독자 중 53%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지연시키기 위해 유선전화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티 박사는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유해성을 고려하면, 유선전화는 아이들을 디지털 세계에 점진적으로 적응시키는 하나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점은 뉴질랜드의 구리선 기반 유선전화 네트워크가 곧 종료된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가구의 단 31%만 유선전화를 보유하며, 대다수는 인터넷 전화(VoIP)를 사용하고 있다.
비티 박사는 “기술이 뒤로 물러나는 시도는 쉽지 않다. 오래된 네트워크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원될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유선전화’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S 브랜드화된 심플한 통신 제품처럼 기존 유선전화의 재상품화가 일어날 것이고, 관건은 비용과 지불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유선전화가 단순한 복고 감성을 넘어 현대인의 디지털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인프라 변화와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ource:Capsule 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