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 북부 호숫가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의 이름을 마오식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제안은 ‘세인트 아노드(St Arnaud)’라는 이름을 마을과 붙은 호수 이름과 같게 ‘로토이티(Rotoiti)’로 바꾸자는 것인데, 주변 마오리 부족 단체는 일제히 이를 환영하고 나섰다.
‘랑기타네 오 와이라우(Rangitāne o Wairau)와 ‘나티 쿠이아(Ngāti Kuia)’ 그리고 ‘나티 아파 키 테 라 토(Ngāti Apa ki te Rā Tō)’ 등 3개 마오리 부족은 모두 ‘쿠라하우포(Kurahaupō) 와카’의 후손이다.
제안은 NZ 지리위원회(NZ Geographic Board)가 접수한 상태인데, 위원회 관계자는 제안자에게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지역사회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마을은 넬슨 레이크스(Nelson Lakes)국립공원 북단의 로토이티 호숫가에 위치하며 상주인구는 100명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현재의 지명인 ‘세인트 아노드’는 인근 산맥 이름과 유래를 같이 하는데, 이는 19세기 프랑스의 군인이자 원수(marshal)였던 ‘자크 르로이 드 생 아노드(Jacques Leroy de Saint Arnaud, (1798-1854)’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이곳에 살면서 사냥과 식량 조달을 해온 마오리 부족에게는 ‘로토이티’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하고 의미가 깊다.
랑기타네 오 와이라우 관계자는, 선조들이 이동 중 머물렀던 의미 깊은 장소이자 와이탕기 조약에도 이 지역이 분명하게 언급돼 있다면서, 우리는 당연히 명칭 변경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명 변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지난 2009년에도 같은 제안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욱 구체적인 역사 기록도 뒷받침되는데, 마오리 부족 관계자는 1851년에 선조인 파라오네 타이투아(Paraone Taitua)가 에어 총독(Governor Eyre)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지역을 ‘로토이티’라 지칭한 사례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명 변경 제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한 주민 단체의 한 주민은 이번엔 변경 가능성이 크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생 아노드를 ‘끔찍한 인물(dreadful man)’이라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그는 1845년에 알제리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500명의 아랍 부족민을 동굴에 가둬 질식사시키고 여러 마을을 불태우는 등 잔학행위를 저지른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크림 전쟁에서 영국과 연합해 러시아와 맞서 싸웠는데, 호주 빅토리아주의 멜버른에서 북서쪽으로 244km 떨어진 곳에 그의 이름을 딴 마을이 있고 그곳에는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
마오리 단체 관계자는, 인근의 와이라우(Wairau)에서 자라며 자주 로토이티 호수를 찾았지만 그곳을 세인트 아노드라 부르는 일은 거의 듣지 못했다면서, 과거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지역을 가장 잘 반영하는 이름은 로토이티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이름에 애착을 가진 주민이 있다는 사실도 존중하지만 지리적으로 로토이티 호숫가에 있는 마을인 만큼 그 이름을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지역 정체성에도 맞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은 향후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하며 그 결과에 따라 마을 이름이 공식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