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음주 지침이 현대적 연구와 일치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 당국은 지침 개정에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Health New Zealand(보건 뉴질랜드)가 저위험 음주 가이드라인의 개정 작업을 벌여왔으나, 보건부(Ministry of Health)가 개입해 관련 작업을 “보류”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현행 음주 지침, 국제 기준보다 지나치게 관대
캐나다에서는 저위험 음주 지침이 주당 2잔으로 제안되고 있으나, 뉴질랜드는 여성 주당 10잔, 남성은 15잔, 이틀은 금주 권장이라는 15년 전 기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Health NZ 문서는 가이드라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으나, 현재까지 기존 지침 유지 방침이 고수되고 있다.
RNZ의 가이언 에스피너(Guyon Espiner)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이는 보건부가 Health NZ 위에 위치한 상위 기관으로 개입하면서 변경된 것이다.
“보건부는 '이건 우리가 관리하는 일이니, 이 작업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에스피너 기자는 밝혔다.
그는 “이는 보건부가 음주업계의 강한 반발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며, “지침이 바뀐다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져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내부 문서 공개…로비스트 개입 정황 뚜렷
오피셜 인포메이션 액트(OIA)를 통해 얻은 문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과 12월, 음주 업계 로비스트가 Health NZ 웹사이트에 개정 작업이 소개된 것을 두고 Ross Bell(보건부 공공보건국 매니저)에게 두 차례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 Bell은 Health NZ에 이메일을 보내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모든 관련 작업을 중단하라. 캐나다 지침 등 타국 기준과 관련한 언급을 모두 웹사이트에서 삭제하라.”
■ 보건부: “혼선을 막기 위한 내부 결정”
이에 대해 보건부는 공식 입장을 내고 “지침 개정은 현재 보건부가 리드하고 있으며, 관련 웹사이트(amended alcohol.org.nz)의 책임도 Health NZ가 아닌 보건부에 있다”고 밝혔다.
“외부 혼선을 방지하고 명확한 역할 구분을 하기 위한 내부 결정에 따른 삭제였다”는 것이 공식 설명이다.
보건부 대변인 앤드류 올드 박사는 “공공보건 전문가, 커뮤니티 그룹, 업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와의 접촉은 정책 투명성 차원에서 중요한 과정”이라 밝혔지만, 그 과정에서 업계 이해가 지나치게 반영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담배 업계는 완전 배제되는데…음주 업계는 왜?”
가이언 에스피너 기자는 “담배 업계는 정책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이는 뉴질랜드가 가입한 국제 WHO 담배규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에 따라 정해진 사항”이라면서, “그러나 알코올 업계는 같은 수준의 견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으며, 내부 회의·문서 초안 공유 등 비정상적 접촉이 계속돼왔다”고 밝혔다.
■ 전문가 비판: “늑대에게 닭장을 맡긴 꼴”
매시대학교 공중보건학과 앤디 타워스(Andy Towers) 부교수는 보건 지침 개정 과정에 업계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은 명백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사회적 해악을 줄이고자 하는데, 이해상충 집단인 알코올 업계는 사용량과 해악이 늘어야 이익을 얻는다”
“총기 규제 정책 마련회의에 무기 제조업체를 부를 수는 없듯이, 이들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 결론
알코올 해악을 줄이기 위한 국가 가이드라인이 업계 로비와 정책 개입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투명성 확보”와 음주 지침의 재정비, 독립적·비이해관계 주체 중심의 논의 구조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