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지(emoji)는 밈(meme)과 더불어 온라인 소통의 핵심 언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모지의 의미가 맥락에 따라 달라지면서, 오히려 오해와 혼란을 낳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살짝 미소” 이모지, 진짜 기쁨일까?
최근 한 선배가 “살짝 미소 짓는 얼굴” 이모지에 대해 물어왔다. “이게 기쁨을 뜻하는 거 맞지?”라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이자 Z세대 감성을 가진 나는 “이 이모지는 실제로 행복보다는 ‘가짜 미소’나 건조한 유머, 혹은 빈정거림을 표현할 때 쓴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지척 이모지는 종종 무심하거나, 소극적 공격(passive aggressive)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웃으며 우는 얼굴 이모지는 거의 억지로 쓸 때만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모지는 언뜻 보기에 보편적 언어 같지만, 실제로는 발신자와 수신자의 세대·정체성·관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오히려 더 모호한 언어다.
이모지는 1990년대 말 일본 아티스트 쿠리타 시게타카가 문자 메시지에 감정 표현을 더하기 위해 개발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모지는 감정 전달을 넘어 세대, 문화, 정체성의 상징으로 진화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모지 사용 빈도와 해석, 선호하는 이모지의 미적 기준도 세대별로 다르다.
대표적으로, 한때 옥스퍼드 사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던 “웃으며 우는 얼굴” 이모지는 Z세대 사이에서 2020년 이후 ‘촌스럽다’는 이유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대신 해골 이모지가 “너무 웃겨서 죽겠다”는 뜻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처럼 이모지의 의미 변화는 세대 간 소통의 벽이 되기도 한다.
이모지는 플랫폼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보내는 엄지척은 무난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썸 타는 상대에게서 받으면 오히려 불안할 수 있다.
최근 틱톡에서 “직장에서 이모지 쓰기 어렵다”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수천 명이 댓글로 공감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이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5%가 이모지로 의도를 전달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Z세대의 88%가 이모지가 유용하다고 본 반면, 베이비붐·X세대는 49%에 그쳤다.
이처럼 이모지는 직장 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emojicombo 해시태그 아래 수천 개의 영상이 올라온다.
이모지 조합은 온라인 정체성, 스타일, 분위기를 드러내는 도구로 쓰인다.
이모지 선택과 조합 자체가 ‘플랫폼 감각’과 소속감을 보여주는 상징 자본이 되는 셈이다.
한 이모지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플랫폼에서 쓰느냐에 따라 아이러니, 진심, 빈정거림 등 의미가 달라진다.
이모지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온라인 문화의 소속감과 계층을 보여주는 ‘디지털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Source: NZ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