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민연금제도인 키위세이버(KiwiSaver)에서 재정적 어려움(hardship)을 이유로 중도 인출하는 사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식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됐음에도,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생계비 마련에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에 따르면, 2024년 6월까지 1년간 키위세이버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인출된 금액은 3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9년의 두 배, 2012년(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해) 대비 12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인출 건수는 3만2,000건을 돌파해 5년 전보다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인출 1건당 평균 금액도 9,252달러로 2019년 대비 66% 증가했다.
2025년 3월 기준 공식 인플레이션은 2.5%까지 내려왔지만, 지난 5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23%)에 비해 소득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서민 가계의 부담은 여전하다.
이런 경제적 압박이 은퇴자금을 미리 꺼내 쓰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키위세이버 중도 인출은 ▲최소 생활비 충당 불가 ▲주거비(모기지) 체납 ▲의료비, 장례비, 완화의료비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신청자는 관련 증빙자료를 내야 하며, 심사를 통과해야만 본인과 고용주가 납입한 금액 일부를 인출할 수 있다. 정부 지원금은 인출 대상이 아니다.
키위세이버 가입자는 2012년 이후 71% 늘었지만, 재정적 어려움 인출 증가폭은 이보다 훨씬 가파르다. 2016년 이후 회원 수 대비 인출 건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어, 단순한 가입자 증가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2024년 7월~2025년 5월에도 인출 금액은 이미 전년 대비 44% 증가했으며, 인출 건수도 52% 늘었다. 지역별로는 넬슨(262%↑), 오클랜드(162%↑), 캔터베리(98%↑) 등 전국적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공식 기준금리 인하(3.25%)와 인플레이션 진정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수급 가정이 체감하는 ‘생활비 완화’ 효과는 상당히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에너지·식료품 등 필수품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포메트릭스는 “키위세이버 중도 인출이 다시 줄어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Source: 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