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 위는 어지럽고, 키보드는 쉴 새 없이 두드려진다. 하지만 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뒤에는 실제로는 별다른 성과 없이 바쁘게 보이기만 하는 새로운 직장 문화, 이른바 ‘태스크 마스킹(Task Masking)’이 자리 잡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스리니디 발라크리슈난 에디터에 따르면, 태스크 마스킹은 특히 Z세대(1997년~2012년 출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행동으로, 실제로는 큰 성과 없이도 겉으로는 매우 몰두해 보이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을 뜻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노트북을 들고 사무실을 계속 돌아다니기’, ‘누군가가 지나갈 때마다 브라우저 탭을 빠르게 전환하기’ 등 생산적인 척하는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이런 행동은 전통적인 ‘게으름 피우기’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근본에는 무관심이 아닌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에델만 Gen Z 랩의 COO 아만다 에델만은 “Z세대는 서로 어떻게 하면 실제로 생산적이면서 동시에 생산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그리고 해고나 AI 대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한다”고 설명한다.
발라크리슈난은 태스크 마스킹이 ‘일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불안’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에델만 Gen Z 랩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직원의 37%가 실직을 걱정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 60%는 현재의 노동 시장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불안이 ‘실제 성과’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머서의 데이비드 레프로드 파트너는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다고 치부하는 것은 단순한 오해”라며 “젊은 세대와 일의 가치 사이의 ‘계약’이 깨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실망감은 ‘반(反)일’ 콘텐츠로 5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가브리엘 저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저지는 “베이비붐 세대는 기업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고, 그 시절은 실력주의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Gen X)는 여러 일로 큰 타격을 받았다. Z세대는 ‘이제 일이라는 게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발라크리슈난은 “키보드 타수를 감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에 대한 기대와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가트너의 케이틀린 더피는 “업무 기준을 세우려면 관리자와 직원, 리더십 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단순한 성과 평가를 넘어 직원의 기여와 역량을 더 의도적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생산성 압박이 커진 지금, 관리자들은 직원의 기여를 더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라크리슈난은 “젊은 동료가 분주하게 타이핑하고 있다면, 그들이 맡은 업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물어보거나, 그들의 노력이 가치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ource: H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