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판결에서 로즈 월 부국장은, 스펙트럼 케어(Spectrum Care Limited)가 해당 여성이 간질 치료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건강 상태를 적절히 점검하지 않아 그녀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30대였던 이 여성(Ms A)은 2021년 초 사망했으며, 부검 결과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는 유아기에 외상성 뇌손상을 겪은 후 독립적으로 살기를 강하게 원했고,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Ms A는 옆집 거주자와 스펙트럼 소속 지원 요원을 공유하며 24시간 지원이 가능한 환경에 있었으나, 실제로는 본인이 요청할 때만 지원을 받았다.
직원들은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확인했으며, 화를 내거나 잠든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전혀 확인하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녀는 과거 경찰과 직원들에게 폭언과 물리적 공격을 했던 전력이 있었고, 스펙트럼은 이에 대해 분노조절 프로그램과 행동 지원 전략을 caregivers에게 교육해 왔다.
월 부국장은 Ms A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간질과 당뇨약은 Ms A의 요청에 따라 블리스터 팩 형태로 제공되었고, 직원들은 매일 약 복용을 상기시켜야 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을 때만 복용했다.
2021년에는 세 차례 복용 거부가 기록되었으며, 화가 날 때는 약을 담장 너머나 지붕 위로 던지거나 숨기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전달하러 온 직원은 다음 날 아침에도 그녀의 방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기분이 좋은 줄 알고 종일 모습을 확인하지 않았다.
오후 3시에 교대 근무를 시작한 또 다른 직원은 그녀가 음악을 틀고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잠든 줄 알고 깨우지 않았으며, 그 다음날 오전 11시에 방문해도 같은 자세로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흔들어 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외부 조사 결과, 고신뢰 시스템의 허점
스펙트럼이 사망 이후 의뢰한 독립적인 외부 조사에서는, Ms A가 일상생활 전반에 24시간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루 한 번 정도만 확인되었으며, 요청이 없거나 그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을 경우엔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직원이 24시간 상주했지만, 대면 접촉이 하루 넘게 없었던 사실이 확인되었다.
Ms A는 '고신뢰 시스템'에서 생활했으며, 때때로 그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공간에 직원 출입을 본인이 허용할 때만 가능하게 했던 정책은 독립성은 존중했지만, 건강 관리와 직원의 돌봄 의무를 침해했다.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그녀는 마지막 며칠간 처방약을 복용하지 않아 위험 상태였지만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스펙트럼은 ‘자기 약물 복용 동의서(Self-Administration of Medicine Agreement)’를 도입해 자가 복용 환자에 대한 조건을 명시했다.
전문가 의견, "위험에 대한 존엄" 오해
보건 장애 위원회의 자문 전문가 존 테일러는, 고위험군에게 하루 1회 확인만 하는 것은 표준적인 돌봄 수준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테일러는 이같은 비극이 일어난 후에야 스펙트럼이 하루 3회 이상 복지 상태 확인을 규정한 절차(SOP)를 도입한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약물 관리 감독 부족 역시 심각한 기준 미달이라고 평가했다.
존 테일러는 '위험에 대한 존엄(dignity of risk)'이라는 개념이 자율성과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보 제공과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예측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을 감당하게 하는 것은 ‘존엄’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월 부국장은 스펙트럼이 조직 차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서비스 차원의 문제도 스스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스펙트럼에 Ms A의 어머니와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복지 상태 확인 및 약물 복용 상기 방법 개선을 포함한 운영 절차 수정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