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뉴질랜드 IT 업계 종사자들이 극심한 취업난과 구조조정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공지능(AI) 도입 가속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그리고 까다로운 비자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뉴질랜드 보건부(Health NZ) 역시 4월 IT 인력 3분의 1을 감축한다고 밝혀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에서 12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던 제임스 장(34)은 “중국 대형 IT기업에서는 35세가 넘으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쉽다”며,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뉴질랜드 취업을 시도했지만 1년 넘게 수백 건의 지원에도 인터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뉴질랜드나 호주 시민권자·영주권자만 인턴십 지원이 가능한 곳이 많아, 현지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링컨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친 그레이스 정 역시 “6개월간 100여 곳에 지원했지만, 대부분 200~300명이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며, 1차 면접 후 ‘더 강한 후보가 있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 경력자도 예외는 아니다. 5년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일한 피터 샤는 2023년 크리스마스 전날 회사에서 20% 감원을 통보받았고, 이후 이직한 스타트업도 3개월 만에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는 “2023~2024년은 IT 구직 시장이 ‘혹한기’였다”며,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전했다.
리사 쿨리 브라이트스파크 리크루트 대표는 “고용주는 채용에 극도로 신중하며, 이민자는 비자 조건과 긴 심사 기간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자 심사에 4~5개월이 걸리는 사례도 많아, 현지 기업들은 즉시 근무 가능한 현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로버트 월터스 NZ·호주 대표 셰이 피터스도 “ICT 분야에서 이민자는 인증된 고용주만 채용할 수 있고, 최근 예산 삭감으로 컨설팅·벤더 채용도 줄었다”며, “사이버보안·소프트웨어 개발 등 특화 인재에 대한 수요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경력이 뛰어난 계약직은 여전히 높은 연봉을 받지만, 관리직 등 일반적 역량을 가진 후보는 2~3년 전보다 연봉이 1~2만 달러 낮아졌다.
SEEK의 최신 고용 리포트에 따르면, 4월 ICT 분야 구인 공고는 전월 대비 7%, 전년 대비 7% 증가해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힘들지만, 네트워크를 쌓고 시장 변화에 맞춰 역량을 강화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