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신, 멋지죠?"
"하카 춤, 럭비에서만 하는 게 아니에요."
"목걸이에 조개 모양? 그냥 장식 아니고 깊은 뜻이 담겨 있어요!"
뉴질랜드에 살면서 ‘마오리 문화’를 모른다는 것은, 마치 한국에 살며 한글을 모르는 것과도 같다.
마오리는 단순한 민족이 아닌, 뉴질랜드의 뿌리이자 영혼이다.
그들이 남긴 상징들은 지금도 곳곳에서 살아 숨 쉬며, 뉴질랜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마오리 문화를 대표하는 10가지 핵심 상징을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와 현대적 가치까지 들여다본다.
1️타 모코 (Tā moko) – 얼굴에 새긴 족보
타 모코는 마오리 전통 문신으로, 단순한 ‘패션’이 아닌 자신의 족보, 지위, 소속 부족, 인생의 이야기를 상징한다.
특히 얼굴에 새기는 것은 큰 영예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살아있는 역사책’이다.
현대에는 일부 젊은 마오리들이 전통 문양을 재해석하여 가슴, 팔 등에 새기는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다.
2️하카 (Haka) – 눈빛과 발소리로 외치는 전사정신
많은 이들이 올블랙스 럭비 대표팀의 하카 공연으로 익숙할 것이다.
하카는 원래 전투 전 상대를 위협하거나, 조상에게 힘을 청하는 의식의 춤이었다.
박력 있는 표정,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내미는 동작은 힘, 분노, 영혼의 외침을 담고 있다.
오늘날엔 장례식, 결혼식, 환영식 등 축하 또는 추모의 의식으로도 사용된다.
3️푸카에아 (Pūkaea) – 하늘과 땅을 깨우는 소리
푸카에아는 나무나 고래 뼈로 만든 전통 나팔 악기로, 행사나 전쟁 때 중요한 신호를 알리는 데 사용되었다.
깊고 낮은 음색은 마치 땅속에서 울려오는 듯한 울림을 준다.
현대에도 중요한 마오리 의식에서 이 푸카에아 소리가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울려 퍼진다.
4️포우 (Pou) – 서 있는 마오리 정신의 기둥
공공장소나 마라에(전통 집회소)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우는 마오리 조상의 형상이나 신화를 조각한 목조 기둥이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 땅과 그 공간에 깃든 조상과의 연결고리이자 수호자의 상징이다.
5️훙이(Hongi) – 코와 코를 맞대는 인사법
“이게 무슨 인사야?” 싶을 수 있지만, 마오리 문화에서 가장 진심 어린 인사법은 바로 **홍이(Hongi)**다.
코와 이마를 맞대는 이 전통 인사는 서로의 ‘숨’을 나눈다는 의미로, "나는 당신을 받아들입니다"라는 깊은 존중의 표현이다.
6️피우피우 (Piupiu) – 전통춤의 생명력
피우피우는 마오리 전통 공연에서 입는 치마 형태의 의상이다.
황마(Flax)로 만들어졌으며,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며 리듬감을 강조한다.
와이아타(전통 노래)나 카파하카(공연 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7️파운아무(Pounamu) – 조상과 연결된 신성한 녹색 보석
‘그린스톤(Greenstone)’이라 불리는 파운아무는 마오리 부족 사이에서 전쟁 무기이자 장신구, 그리고 유산으로 이어진다.
보통 코라우(Koru), 피시후크, 트위스트 문양 등 상징적인 조각으로 만들어 목걸이 형태로 착용하며, 가족 간 세대 전승이 이어진다.
8️카레레아나 리요(Karereana Riu) – 이야기의 노래
마오리인들은 중요한 역사나 신화를 이야기 형태의 노래, 즉 카레레아나 리요로 전승해왔다.
이러한 구술 문화는 글보다 더 정밀하고 정서적인 방식으로 공동체의 기억을 지켜내는 전통이기도 하다.
9️마라에 (Marae) – 영혼의 안식처이자 공동체의 심장
마라에는 마오리 부족의 전통적인 집회소이자 의례 공간이다.
결혼식, 장례식, 토론, 교육까지 공동체의 중심 기능을 수행하며, 마오리 사회의 핵심 공간으로 남아 있다.
마오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번쯤 마라에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10 와이타(Waiata) – 마음을 울리는 노래
마오리의 전통 노래, 와이타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사랑, 전쟁, 자연, 죽음 등 삶의 모든 감정을 담아 가사와 음률로 정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카파하카 공연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이 와이타가 울려 퍼질 때다.
마오리 문화는 과거의 전통이 아니다.
그들은 자연과 조상, 공동체와의 관계를 상징으로 표현하며, 지금도 살아 있는 문화로 계승되고 있다.
이 상징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조화로운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면, 마오리 문화는 반드시 알고 존중해야 할 우리의 ‘이웃의 뿌리’다.
하카 한 동작에도, 파운아무 하나에도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