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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희귀병 환자가 치료제 지원 부재로 결국 호주로 이주해야 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예산을 늘렸지만, 여전히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희귀병 치료가 절실한 제임스 맥고람이 결국 뉴질랜드를 떠나 호주로 이주하게 됐다.
그는 2010년 파브리병(Fabry disease)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신장, 심장, 뇌, 피부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주며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서는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맥고람은 “뉴질랜드에서 사는 것이 문자 그대로 나를 죽이고 있다”며 가족, 친구, 공동체를 떠나야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약은 있는데, 뉴질랜드에선 못 쓴다
뉴질랜드의 의약품 관리 기관 Pharmac은 파브리병 치료제 4종을 검토 중인데, 이 중 일부는 2006년부터 심사만 계속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표준 치료로 쓰이고 있으며, 영국·캐나다 등 다른 OECD 국가들도 지원하고 있지만 뉴질랜드는 아직 예산 문제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Pharmac 측은 “정부가 정해주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니 모든 약을 지원할 수는 없다”며 “언제 자금 지원이 가능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 늘렸지만 아직 부족”
정부는 지난해 Pharmac 예산을 6억 400만 달러 늘려 암 치료제 등 66개 신약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희귀병 치료제는 여전히 부족하다.
데이비드 세이모어 보건부 차관은 “모든 약을 지원하려면 예산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지금은 어렵지만, 이미 60%는 증액했다”며 “환자가 치료를 받아 일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득이 된다. 약을 지원하는 것이 결국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희귀병 환자들의 현실
맥고람은 9월 Rare Disorders NZ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앞으로도 환자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희귀병 환자들은 시스템 안에서 늘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외된다”며 “뉴질랜드 최초의 희귀질환 전략이 마련된 것은 큰 성과지만, 실제로 실행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또한 “누구도 희귀병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존중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