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남부 해안 지역의 주택들에 수백 마리의 ‘포르투갈 거미지네(Portuguese millipede)’가 침입하면서, 과학자들이 이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Ōwhiro Bay(오히로 베이) 등지의 주민들은 신발, 가방, 심지어 침대 속에서도 이 거미지네가 발견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일부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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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을 전공하는 학생 댄 모스코비츠는 이 곤충들을 치우는 일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큰 부담이 된다며, 매일 쓸어 담아 버려도 다음 날이면 다시 나타나고, 밟아 죽이면 악취가 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거미지네는 유럽 원산으로, 약 20년 전부터 웰링턴에 서식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빅토리아 대학교의 곤충학 교수 필 레스터는 이 종이 처음 발견된 곳은 시뷰(Seaview)의 한 수입 검역 시설이었고, 이후 와이누이오마타(Wainuiomata)와 남부 해안 지역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곤충들은 스스로 방어용 화학물질을 분비해 포식자들에게 먹히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동물이 이들을 먹지 않으며, 공격을 받거나 잡아먹히려 하면 불쾌한 냄새가 나는 방어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모스코비츠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웰링턴 전역 47곳에 나무껍질 멀치(bark mulch) 주머니를 설치해 거미지네 개체를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멀치는 Ōtari-Wilton’s Bush에서 가져온 것으로, 다양한 무척추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며 분포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웰링턴 내에서 이들이 얼마나 퍼져 있고, 얼마나 빠르게 번식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데이터라도 얻을 수 있다면 큰 성과가 될 것이라며, 이들이 토착 무척추동물의 생태적 공간을 빼앗고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선충(nematode)’이라는 미세한 벌레를 활용한 방제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충은 거미지네의 호흡구나 입을 통해 체내로 침투해 세균을 방출하며 숙주를 죽이고, 그 안에서 증식한다.
이 방법이 거미지네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더라도, 과학자들은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