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의 유가 및 전기세 등 필수 에너지 비용 상승이 가계 재정을 압박하면서, 지난 분기 소비자 신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해 3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팩-맥더멋 밀러(Westpac-McDermott Miller)가 발표한 최신 소비자 신뢰지수에 따르면, 해당 지수는 전분기 대비 14.3포인트 급락한 80.4포인트를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가계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가계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새티시 랜초드(Satish Ranchhod) 웨스트팩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몇 달 사이 가계가 체감하는 재정적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랜초드 경제학자는 "휘발유와 전기세 같은 필수재 비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데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까지 가중됐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가계 재정 압박이 전반적인 소비 지출을 위축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심리 위축은 남녀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났으나, 성별에 따른 체감 고통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의 절반(50%)이 1년 전보다 재정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답해, 남성 응답자의 비율(40%, 5명 중 2명)을 상회했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도 극도로 비관적이다. 맥더멋 밀러의 임오젠 렌달(Imogen Rendall) 시장조사 부문 이사는 전체 가계의 3분의 1이 '내년 살림살이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해 이 역시 3년 만에 가장 우울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렌달 이사는 "현재 급여를 받는 임금 근로자의 경우 약 25% 이상이 1년 뒤 재정 상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 반면, 비근로자(무직 및 은퇴자 등) 계층에서는 단 14%(7명 중 1명)만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고 전했다.
지갑이 얇아진 가계는 가장 먼저 외식비와 유흥비를 줄였다. 응답 가계의 순(Net) 38%가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지출을 삭감했다고 답했는데, 이는 경기 침체기였던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최근 몇 달간 뉴질랜드 접객업(Hospitality) 자영업자들이 호소해 온 극심한 매출 부진 및 경영난과 궤를 같이한다.
지역별로는 뉴질랜드 전역에서 예외 없이 소비자 신뢰가 무너졌다. 그나마 유제품(낙농업) 수출 호조의 수혜를 입은 캔터베리 지역이 가장 적은 낙폭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반면, 수도 웰링턴은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비관적인 지역으로 남았다. 웰링턴은 고물가 지속과 더불어 고용 시장 둔화, 그리고 최근 단행된 공공부문 대규모 구조조정(인력 감축) 여파가 지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실마리는 유가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랜초드 경제학자는 이번 주 극적으로 타결된 중동 지역의 휴전 연장 합의로 인해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이 이미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꼽았다.
그는 "현재 국내 비용 압박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완화가 유가 하락으로 이어진 만큼 이것이 방어벽이 되어 올해 하반기에는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전반적인 경제 활동도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our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