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EV) 보급을 가속화하는 대규모 정책·인프라 투자가 뉴질랜드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EV 옹호단체 드라이브 일렉트릭(Drive Electric)은 의회에서 발표한 ‘국가 전기차 현황(State of the Nation)’ 보고서에서, 전기차가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는 ‘모바일 에너지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뉴질랜드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해 전기차 전환에 큰 구조적 우위를 지니고 있지만, 정부가 여러 보조금을 폐지한 뒤 EV 보급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는 단순히 배출가스를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전력 저장과 공급을 통해 전력 생산·저장·소비 방식을 바꾸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뉴질랜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18%와, 거의 절반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교통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기화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만 그치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원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며, 교통 수단을 국내 재생에너지로 운행하는 체계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매년 70억~90억 달러 규모의 석유를 수입하는 데다, 교통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105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호흡기·심장 질환으로 인한 연간 입원 9000건, 조기 사망 2000건가량을 포함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정당 초월 전략과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받는 기술은 ‘차량에서 전력망으로(V2G, vehicle-to-grid)’로, 전기차가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해, 피크 수요 시에 전력망으로 다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호주에서는 이런 개념의 시범 프로젝트가 18개월 만에 상용화 단계까지 진전됐는데, 뉴질랜드에도 기술 자체는 이미 가능하지만 정책·규제 협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V2G가 활성화되면, 주택과 사업체의 전기차가 통합된 출력이 뉴질랜드 전체 발전소가 최대 출력으로 가동 중인 수준과 맞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별 가정이나 사업체에서도 V2G 없이 전기차가 많아지면, 전력 저장을 활용해 가전제품·공구, 건물 전력 시스템을 가동하고 정전 시에도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뉴질랜드 교통 수단의 전기화 전환은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클린카 할인제, 전기차 도로사용료 면제, 그리고 고배출 차량 수입에 제재를 가하던 ‘클린카 스탠다드’를 축소·폐지한 결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 결과 전기차는 2023년 신차 판매의 27%에서 2025년 11%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연료危機 여파로 18%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을 밑돈다.
정부는 보조금이 실제로 도움이 필요 없는 소비자에게만 돌아갔고, 저배출 차량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책 축소를 정당화했다. 이에 대신, 1800개에서 4500개로 늘리겠다는 5300만 달러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Meridian과 ChargeNet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2030년까지 1만 개 공공 충전기를 목표로 한 기존 정책을 충족하기에는 훨씬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