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공식품(UPFs)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긴 성분표와 함께 비만, 심장질환, 우울증, 암 등 다양한 질병과의 연관성이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끊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클랜드대학교 인구보건 분야 선임연구원 켈리 가튼 박사는 초가공식품 산업이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담배 산업의 전략을 차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많은 식품 기업들이 특정 성분의 함량과 체내 전달 속도를 최적화해 중독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해왔다”고 밝혔다.
오클랜드대학교의 최신 연구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초가공식품을 설계하고 마케팅하는 다양한 방식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식품은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을 자극하도록 고안돼 있으며, 섭취 시 강한 보상 신호를 유발하고 충동적 섭식을 촉진한다.
특히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체 신호를 교란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가튼 박사는 “이들 식품은 우리가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어 식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중독성을 높이는 주요 방식 중 하나는 정제 탄수화물과 지방을 결합해 ‘최대 쾌감 지점(bliss point)’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가공 과정에서 식이섬유, 단백질, 수분 등 소화를 늦추는 요소가 제거되면서 영양소가 빠르게 흡수되고, 짧은 보상 후 다시 섭취 욕구가 생기는 구조를 만든다.
식감과 소리도 중요한 요소다. 감자칩을 씹을 때 나는 ‘바삭한 소리’ 역시 기업들이 연구를 통해 최적화한 것으로, 기대감과 보상 반응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초가공식품은 일상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슈퍼마켓에 진열된 포장식품의 약 70%가 초가공식품이며, 지난 30년간 뉴질랜드의 1인당 초가공식품 수입량은 평균 16kg에서 100kg 이상으로 증가했다.
가튼 박사는 초가공식품 소비를 개인의 의지 문제로 보는 시각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은 단순한 자기통제력 부족이 아니라 과소비를 유도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의 결과”라며 “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