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남섬 내륙에서 연간 서리 발생 횟수가 40~50회가량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의견은 지난주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ssion)’가 정부에 제출한 ‘2026년 국가 기후변화 위험 평가서’를 통해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이미 평균온도가 1.4C나 올랐지만 오는 2090년까지 3C까지 상승폭이 더 커지면서 온난화가 심화된다.
이럴 경우 뉴질랜드에서는 연간 서리 발생 횟수가 54회 줄어드는 매켄지와 50회 주는 퀸스타운 레이크스, 그리고 매켄지와 센트럴 오타고의 나머지 지역이 약 40일가량 줄면서, 서리일수가 가장 많이 줄어드는 세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의 한 과수원 주인은, 봄에 서리때문에 복숭아를 비롯한 핵과류 작물이 피해를 입지만, 겨울에는 작물의 호르몬 주기를 위해 기온이 약 0C까지는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꽃을 피우려면 겨울철 저온 처리가 800시간 이상 필요한데,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호르몬이 비활성화돼 꽃이 제대로 피지 않거나 아예 안 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체리와 살구 농가는 이미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는데, 개화가 빨라지면 예상치 못한 늦서리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남섬 남부 내륙은 원래 겨울 기온이 낮으면서 일교차가 커 과수와 포도 재배에 적합한 지역인데, 기후 변화로 재배 환경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센트럴 오타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 생산지이며 서리는 병충해 억제와 포도 생육 조절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데, 서리 감소는 오히려 재배 패턴 변화와 품질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한 고산 식물의 서식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많은데, 오타고 대학의 로스 톰슨(Ross Thompson) 박사는 수목한계선은 서리와 눈에 의해 유지된다면서, 기온이 오르면 소나무 같은 침입성 식물이 자랄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겨울이면 많은 해충과 질병을 일으키는 균이 강한 서리때문에 죽는데, 겨울이 따뜻해지면 쥐와 과일 해충, 곰팡이병이 늘 것이며 서리가 덜 내리면 양의 ‘안면 습진(facial eczema)’과 같은 문제도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바이오경제과학연구소(Bioeconomy Science Institute)’의 수석 과학자인 로빈 다인스(Robyn Dynes) 박사는, 토양 온도가 상승하면 목초지가 늘고 우유 생산량이 증가하며, 어린 양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변화는 스키 동호인과 같은 일반인들도 피부로 느끼는데, 한 스키장 클럽의 관계자는 지난 15년간 적설선이 수백m는 산 위로 올라갔다면서, 예전처럼 쌓인 눈이 오래가지도 않고 이제는 겨울에 슬로프 모양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크롬웰(Cromwell)에서도 컬링 경기가 중단됐는데, 지역의 한 컬링 선수는 이전에 팀들이 야외 연못과 링크에서 연간 20~30일 정도 경기할 수 있었지만, 지난 8년간 컬링을 한나절밖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최근 몇 년간 폭우와 홍수, 가뭄, 이상 고온 현상이 반복돼 주민들이 시달리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졌다.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 적응 정책과 수자원 관리 계획을 재검토 중인데, 정부는 기후변화위원회의 보고서 제출 이후 2년 안에 국가 적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는 현재 진행형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