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경제가 약한 기업심리와 여전히 꺾이지 않는 물가, 그리고 중동 전쟁발 유가 충격이 겹친 불편한 국면으로 겨울을 맞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남아 있어,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의 다음 금리 결정 경로가 더 이르게, 그리고 더 오래 긴축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ZIER의 최신 기업서베이(Quarterly Survey of Business Opinion)에 따르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크게 악화됐다. 향후 몇 달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순비율은 1%에 불과해, 12월의 39%에서 급감했다. 3월 분기 거래 활동은 대체로 정체됐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해상 운송로를 흔들고 에너지 비용을 끌어올리자 기업들은 인력과 투자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기업의 순 9%가 분기 중 인력을 감축했고, 순 5%는 추가 감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한 순 12%는 건물 투자를 줄이겠다고 했고, 9%는 설비·기계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해, 고용과 자본지출(capex) 위축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설업이 하락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조사에서 가장 비관적인 집단으로 나타났고, NZIER는 건축가들이 향후 1~2년간 주거·상업·정부 발주 일감이 더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신규 건설 활동이 추가로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물가도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 3월 분기 CPI는 전년 대비 3.1%로 유지됐지만, 비교역재 물가는 3.5%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휘발유와 디젤 가격 상승이 교역재 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핵심 물가 지표들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정책을 서둘러 완화할 정도로 낮아진 상태는 아니다. Kiwibank는 3월 보고서가 시장이 반영한 즉각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지는 않지만, 중동 분쟁이 본격화되기 직전의 물가 출발점이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ASB도 기업심리 조사 결과를 보면 가격 인상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봤다. ASB는 4분기 순 25였던 가격 인상 의향이 1분기에는 순 43으로 뛰었다며, 이는 향후 1년 물가상승률이 4.5~5%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NZIER는 비용과 가격 지표만 보면 현재까지는 물가가 통제되고 있다고 보면서도, 중동 분쟁의 불확실성 때문에 위험은 여전히 상방 쪽에 더 치우쳐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중앙은행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RBNZ가 급하게 움직이기보다 “기다리며 지켜보는” 쪽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지만, 가격 인상 의향이 올라가고 기업 투자·고용이 압박받는 상황에서는 그 여유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NZIER는 첫 0.25%포인트 공식현금금리(OCR) 인상을 7월로 보고 있다. ASB와 Kiwibank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더 가파른 금리 경로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시장의 핵심 메시지는, 첫 금리 인상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고, 이후 긴축 국면도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ource: 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