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와 뉴질랜드가 장기간 이어진 구조개혁의 중단으로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두 나라 모두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라는 동일한 근본 문제, 즉 생산성 하락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3.85%로 인상한 반면 뉴질랜드준비은행(RBNZ)은 2.25%로 동결했다. 표면적으로는 호주는 과열, 뉴질랜드는 침체로 상반된 상황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두 나라 모두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져 성장이 곧바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RBA는 지난해 8월 장기 노동생산성 추정치를 연 1.0%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겉보기엔 미세한 변화처럼 보이나, 실질 성장 여력을 크게 제약하는 수치다. 생산성이 이 수준으로 떨어지면 2% 성장률조차 물가 상승에 불과하고 실질 산출은 거의 늘지 않는다. 1990년대에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던 2% 성장률이 이제는 한계점이 된 셈이다.
뉴질랜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24년 경기침체 이후 회복이 더딘 탓에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분기 기준 물가상승률이 3.1%로 목표 범위를 넘어섰다. 경기의 ‘여유(slack)’가 흡수되면 뉴질랜드 또한 호주와 같은 금리 인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뉴질랜드는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부국이었다. 그러나 현재 1인당 GDP는 OECD 평균 이하이며, 임금은 호주보다 약 30% 낮다. 국경을 넘어 호주로 이주하는 뉴질랜드인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나라가 이처럼 부진에 빠진 이유로는 “개혁 대신 단기 부양책에 의존한 결과”라는 진단이 제시됐다.
이민 확대는 총생산을 끌어올려 통계상 성장을 부풀리지만,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자본이 생산적인 투자 대신 주택으로 쏠리게 만들며 소비만 자극했다.
원자재 의존은 가격 호황기에 수출 수익을 올렸지만, 환율 상승으로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러한 요인들은 일시적으로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근본 문제인 ‘시간당 산출 증가’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1980~90년대만 해도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나라였다. 호주에서는 밥 호크와 폴 키팅 정부가 호주달러를 자유화하고, 관세를 인하하며, 임금체계를 기업 단위로 전환했다. 뉴질랜드의 로저 더글러스와 루스 리처드슨은 농업보조금 폐지와 노동시장 구조조정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었다. 그 결과 1990년대 호주의 생산성 성장률은 연평균 2.1%에 달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개혁 휴가’가 이어졌다. 호주는 2000년 GST(부가가치세) 도입 이후 뚜렷한 구조개혁이 없었고, 뉴질랜드는 일부 개혁을 되돌리기도 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상승하는 집값과 이민으로 인한 GDP 증가에 안주했고, 정치적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의 필요성을 외면했다.
하트비치 박사는 “오늘날의 금리 정책은 중앙은행이 맡을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생산성 위기를 해결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나라 모두 과거에는 개혁으로 번영을 얻었지만, 이제는 그 의지를 잃었다”며, “금리 정책만으로 생산성 부진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진정한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Source: nzinitiative.org.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