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다들 웃었다.
“샴푸가… 고체라고요?”
액체 샴푸가 욕실의 상식이 된 지 수십 년, 플라스틱 병은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다. 그런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작은 부엌에서, 젊은 여성 한 명이 이 ‘당연함’에 질문을 던졌다.
“왜 꼭 플라스틱 병이어야 하지?”
이 질문 하나로 시작된 실험은, 오늘날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판매되는 제로웨이스트 뷰티 브랜드 ‘에티크(Ethique)’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의 이름이 바로 브리안 웨스트(Brianne West)다.
1. “환경을 지키는 건 멋진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
브리안 웨스트는 전형적인 ‘대기업 출신 창업자’도,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스타 CEO도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환경 문제에 분노하던 평범한 소비자였다.
어느 날 욕실 쓰레기통을 보다가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샴푸병, 컨디셔너병, 바디워시병, 세안제 용기… 모두 몇 주 만에 버려질 플라스틱이었다.
“이게 다 어디로 갈까?”
“내가 예뻐지려고 만든 쓰레기가, 누군가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죄책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졌다. 브리안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선택’이 되면 안 된다. 싸지 않고, 불편하고, 성분도 별로라면… 아무도 오래 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목표는 명확했다.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선택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 것.
2. 고체 샴푸바, 미친 아이디어인가 혁명인가
에티크의 대표 제품은 잘 알려진 고체 샴푸바다.
물 없이 압축된 형태의 샴푸, 포장재는 종이, 플라스틱 제로.
처음 이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반응은 냉담했다.
“여행용 비누 같은 거 아니야?”
“거품도 안 날 텐데?”
“머리 상할 것 같아.”
브리안 웨스트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미용 업계의 ‘숨겨진 진실’을 파고들었다.
“샴푸병의 70%는 사실 물이에요.
우리는 물을 사고, 물을 운송하고, 물을 보관하면서 플라스틱까지 함께 떠안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녀는 물을 제거했다.
그리고 ‘기능은 더 강력하게, 쓰레기는 거의 제로로’라는 목표에 집착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샴푸바 1개 = 액체 샴푸 약 3병 분량
플라스틱 병 수억 개 절감
전 세계 친환경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
사람들은 더 이상 “환경 때문에” 에티크를 사지 않았다.
향이 좋고, 거품이 풍부하고, 머릿결이 좋아서 샀다.
환경 보호는, 그 다음에 따라오는 ‘보너스’가 되었다.
3. 성공의 핵심 가치: 타협하지 않는 기준
브리안 웨스트의 성공을 단순히 ‘운’이나 ‘트렌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경영에는 분명한 핵심 가치가 있다.
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플라스틱 문제는 불편하다.
소비자도, 기업도, 정부도 알고 있지만 말하기 싫은 문제다.
브리안은 이 문제를 “마케팅 소재”가 아니라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② 윤리와 수익성은 공존할 수 있다는 신념
“착한 기업은 돈을 못 번다”는 말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요. 기준이 높을수록, 브랜드는 더 오래 갑니다.”
에티크는 윤리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③ 완벽보다 진짜 변화를 택하는 현실감
브리안 웨스트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완벽한 친환경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보다 나은 선택’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이 태도는 소비자에게 죄책감 대신 참여의 문턱을 낮춰줬다.
4. 미용을 넘어, 이제는 ‘마시는 것’까지
많은 창업자들은 한 분야에서 성공하면 그 자리에 머문다.
하지만 브리안 웨스트는 문제 해결형 기업가다.
최근 그녀는 음료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뷰티만큼이나 음료 산업도 플라스틱과 불필요한 운송, 과도한 포장이 심각하다.”
그래서 그녀가 던진 질문은 다시 한 번 단순했다.
“왜 음료는 꼭 이렇게 낭비적이어야 하지?”
고체 형태, 농축 방식, 재사용 가능한 시스템. 아직 진행 중인 실험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우리는 소비 습관을 바꾸는 회사가 아니라, 선택지를 바꾸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5. 브리안 웨스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브리안 웨스트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그녀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환경 전문가가 아니었다
대기업 자본도 없었다
거창한 계획보다 “이게 맞나?”라는 질문이 먼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질문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 칼럼을 읽는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환경 사업가가 아닌데…”
“이미 늦은 것 같은데…”
브리안 웨스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이 쓰는 샴푸 하나, 마시는 음료 하나, 그 ‘작은 선택’이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일 수 있어요.”
6. 마무리 – 고체 샴푸바보다 단단한 신념
고체 샴푸바는 단단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단단한 것은 브리안 웨스트의 신념이다.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하다.”
“윤리는 사치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그 신념은 욕실에서 시작해, 이제는 우리의 식탁까지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