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랜드 시내 외곽 지역에서 차량이나 폐건물, 친구 집 소파 등에서 살아가는 ‘숨겨진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다. 오클랜드 카운슬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400명 이상, 올해 5월에는 900명 이상의 사람이 거처 없이 생활하고 있다.
구세군과 커뮤니티 하우징 오타라오아(Community Housing Aotearo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만에 오클랜드의 노숙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들이 외곽 지역에서 차량이나 폐건물, 친구 집 등에서 생활하며,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7일 아침, 원훙가(Onehunga) 해안가에서는 30대 이상의 차량에서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가 출근을 위해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중 한 남성은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월세를 피하기 위해 1년 넘게 차량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침 일찍 나가 일하고, 밤에 돌아와 차에서 자는 생활이다. 외롭기도 하지만, 나름의 평온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시의원 조셉린 바틀리(Josephine Bartley)는 “외곽 지역의 노숙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침이면 공원에 차량이 가득하고, 담요와 생필품이 보인다”고 전했다. 한 가족은 폐건물에서 몰래 생활하며,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월세보다 차량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원훙가의 세인트 빈센트 드 폴(St Vincent de Paul's)은 “4인 가구가 아닌 10~14인 가족이 한 집에 몰려 사는 경우도 있다. 집이 부족한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숨겨진 노숙자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오리 및 태평양 하우징 리서치 센터(MĀPIHI)의 디드레 브라운 교수는 “노숙자가 친구 집이나 차량에서 생활하면 데이터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연구 자금 부족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오클랜드의 노숙자 중 80%가 마오리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복지 정책 변화와 긴급 주거 지원 기준 강화가 노숙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긴급 주거 지원을 위한 사회주택 300채를 추가로 확보하고, 노숙자 지원 서비스에 1,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시민권 고문소(Citizens Advice Bureau)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 사람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간 존엄성에 기반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재 오클랜드 중심가에서는 노숙자에 대한 ‘이동 명령(move-on order)’ 시행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