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의 기준금리(OCR)가 인하됐음에도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도매금리(wholesale rate) 상승이라는 금융시장의 역학이 자리 잡고 있다.
웨스트팩(Westpac)은 9일(화) 2년~5년 고정금리 대출을 0.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년 고정금리는 4.75%로, 6개월 단기 대출금리는 0.2%포인트 내려 4.69%가 됐다.
이번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불과 2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도매금리 급등을 지목했다. 웨스트팩은 “기준금리 발표 직후 하루 만에 도매금리가 0.4%포인트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브래드 올슨(Brad Olsen) 대표는 “시장 반응이 다소 과도한 면이 있다”며 “준비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본 이후, 시장이 급격히 ‘상승 전환’을 예측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와 소매 대출금리는 항상 일대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지금이 시장의 전환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슨은 “다른 은행들이 같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모두가 바로 따라가진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은 약 2.4~2.5%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2019년의 2.1%보단 높다.
심플리시티(Simplicity)의 샤무빌 이쾹브(Shamubeel Eaqu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상승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올 크리스마스는 소매업계에 ‘암울한 시즌’이 될 수 있다”며 “준비은행이 내년 2월 다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과거의 ‘모기지 전쟁’을 떠올리면 은행들은 금리로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은행이 이번 인상 흐름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ANZ의 최근 보고서도 “도매금리가 하락세를 멈췄고, 각 은행의 현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바닥권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대출 기간 선택 시, 단기보다 장기 고정금리를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