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아닌 직원”, 수천 명 추가 청구 가능성 열려
뉴질랜드 대법원이 우버(Uber) 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우버 회사와 우버 기사들 간의 오랜 법적 논쟁에 큰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이번 판결은 2024년 항소법원에서 이미 직원 지위를 인정한 결정에 대해 우버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우버 “운전자는 독립사업자”, 법원은 “실제로는 직원”
우버는 운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고, 경쟁 플랫폼에서도 일할 수 있으며, 차량 유지비나 시간 등을 스스로 관리한다는 점을 들어 개인사업자(Contractor)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우버 회사에서는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 제공자이며, 실제 거래 관계는 우버 운전자와 승객 간에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우버 회사는 우버 운전자에게 최저임금, 유급휴가, KiwiSaver 기여금 등 직원 권리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에 참여한 5명의 대법관 전원이 우버 운전자를 우버 직원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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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우버 회사가 우버 운전자를 강하게 통제, 실질적 근로 관계”
헬렌 윙클만, 조 윌리엄스, 포리스트 밀러 대법관은 우버 회사가 우버 운전자의 업무 전반을 세밀하게 통제한다고 판단했다.
3명의 판사들은 우버 운전자가 우버 비즈니스의 ‘얼굴’이며, 우버 회사와 우버 운전자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co-dependent)”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두 판사(수잔 글레이즈브룩, 엘런 프랑스)도 일부 판단 기준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관계는 고용(employment)이라고 결론 내렸다.
판결은 4명에게만 적용, 하지만 영향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듯
이번 판결은 일단 소송을 제기한 우버 기사 4명에게만 적용된다.(누레딘 압두라만, 줄리안 앙, 빌 라마, 라라고파우 메아올레 케일)
그러나 Workers First Union은 “이번 판결은 수천 명의 우버 기사들이 미지급 임금 및 직원 권리를 청구할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First Union의 아니타 로젠트라이터 부위원장은 약 1,000명의 노조 회원이 같은 권리를 요구하는 청구를 이미 제출해 놓았다며, 고용관계청(ERA)이 이번 판결을 토대로 우버가 지급해야 할 금액 계산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Gig 경제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버: “뉴질랜드 전체 계약 시스템 흔들릴 것”, 당장은 운영 변경 안 해
우버 뉴질랜드 대표 엠마 폴리는 이번 판결이 “뉴질랜드 전역의 계약 형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운영 방식을 즉시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우버 회사는 많은 운전자가 독립성을 원하며, 회사가 제공하는 유연성이 기존 고용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직원 vs 개인사업자’ 구분 명확히 하는 법 개정 추진
뉴질랜드 정부는 직원과 개인사업자 구분에 대한 오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관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고용관계법 개정안은 근로자가 다음 조건을 충족하면 ‘개인사업자’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우버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위해 빠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조합인 Workers First Union은 “이런 개정은 회사들이 노동자를 잘못 분류하는 것을 법으로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고용 관계 개정안(The Employment Relations Amendment Bill)은 2025년 7월에 1차 국회 심의를 통과했으며, 연말까지 교육 고용위원회가 공청회 의견을 취합해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새 법 해석에도 영향 줄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고용관계법 개정안이 어떻게 해석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판단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