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내 취업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주 채용업체들이 높은 시급과 후한 복지 조건을 내세워 뉴질랜드 구직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자 게드 캔(Ged Cann)은 뉴질랜드에서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으로 해외 이주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출범한 국민당 주도의 정부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다시 세금 감면을 제공하기로 한 이후, 우리 세대가 뉴질랜드에서 주택을 마련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꼈다”며 “낮은 임금과 높은 생활비 속에서 월급 절반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쓰는 나라에 남느냐, 아니면 더 높은 임금과 다양한 커리어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로 옮기느냐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멜버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받았으며, 이주 지원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환율을 감안하면 멜버른으로 이주한 뒤 임금이 31% 상승했다”며 “젊은층이 활발히 움직이며 창업이나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캔 씨는 호주의 근로 조건이 전반적으로 더 낫다고 평가했다. “노조의 영향력이 강해 주말 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이 철저히 적용된다. 또한 최소 퇴직연금 납입률이 급여의 12%로, 뉴질랜드의 키위세이버(KiwiSaver) 기본 납입률인 3%에 비해 훨씬 높다. 그 차이는 매우 크며, 은퇴 저축이 눈에 띄게 쌓여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3월까지 1년간 4만7734명이 뉴질랜드를 떠나 호주로 이주했으며, 이 중 86%가 뉴질랜드 시민이었다. 반대로 호주에서 들어오는 인구를 감안하면 순유출 인원은 약 3만 명에 달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뉴질랜드의 연평균 순유출 인원은 약 3만 명이었으며,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약 3000명 수준으로 줄었었다. 그러나 최근 노동시장 둔화와 고물가로 인해 다시 유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호주 기업들은 트레이드미(Trade Me) 등 뉴질랜드 구직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걸며 뉴질랜드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어컨 기술자에게는 시간당 45~55달러의 임금과 이주 지원, 계약 보너스까지 제시하고 있으며, 목수·토목기사·기술자·개발 측량사·지붕공 등 다양한 직종이 포함돼 있다.
고용사이트 ‘식(Seek)’에 따르면 뉴질랜드인이 지원할 수 있는 호주 일자리 수는 약 1만800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교사를 빅토리아주로 유치하기 위한 공고가 발송되었으며, 연봉 최대 11만8063호주달러에 더해 12%의 퇴직연금이 제공되는 조건이었다.
식(Seek)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뉴질랜드인의 호주 일자리 지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 일자리에 지원하는 전체 지원자의 1%가 뉴질랜드 거주자이며, 이 중 약 4분의 1은 퀸즐랜드주를, 22.5%는 빅토리아주를 희망 지역으로 꼽았다. 지원자 중 11%는 기술·서비스직에 지원하고 있었다.
키위뱅크(Kiwi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재러드 커(Jarrod Kerr)는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수습생(‘올해의 견습생’)으로 선정된 인재 상당수가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호주로 떠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며 “훈련시킨 인력이 결국 호주로 이탈하는 현실이 기업들에 좌절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팩(Westpa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켈리 엑홀드(Kelly Eckhold)는 “호주는 오랜 기간 뉴질랜드보다 훨씬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해왔으며, 이는 인구 증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실업률 격차는 순이주와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다”며 “현재 뉴질랜드의 실업률은 5.3%로, 호주의 4.3%보다 높다. 이는 노동 수요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엑홀드는 “향후 6개월 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4분기 뉴질랜드 실업률은 5.4%까지 오를 전망이지만, 호주는 약 4.5%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중반쯤에는 고용 증가세가 강화되면서 격차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호주의 1인당 소득 수준은 뉴질랜드보다 높으며, 임금뿐 아니라 세금과 연금 제도 차이도 크다. 단순 급여만 보고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드니와 오클랜드를 비교하면 주거비 등 생활비는 여전히 호주가 더 높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계획한다면 현재 뉴질랜드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보다 낮은 주택으로 절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