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뉴질랜드 이민부의 엄격한 영어 능력 기준으로 인해 많은 이민자 버스 기사들이 영주권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숙련 기술자 영주 비자 신청자들은 IELTS 6.5 이상(일반 혹은 학문용) 또는 TOEFL iBT 79점, PTE Academic 58점, B2 First 176점, OET B등급 이상의 점수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다수 버스 기사들은 업무 특성상 이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호소하며 일부는 귀국을 고려하는 상황이다.
사우스 아일랜드에서 근무하는 라지(Raj) 씨는 “PTE Academic 시험을 6번, IELTS 시험을 4번 치렀으나 모두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며 “영주권 신청을 위해 2년간 근무 후 신청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뉴질랜드로 왔지만, 현재 비자 갱신 시 요구하는 점수와 영주권 신청 시 요구하는 점수 차이가 커 헷갈린다”고 말했다. 라지 씨의 비자는 10월에 만료되며, 갱신하면 몇 년 더 체류할 수 있다. 그는 “비자 만료 후 피지로 돌아가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며 “이민 준비 비용으로 약 3만 달러를 썼으며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 만큼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버스 기사 바베시(Bhavesh) 씨도 “10번 이상의 시험을 봤지만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했다”며 “고등학교 수준의 학력과 업무 환경으로는 IELTS 6.5 달성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승객과 소통하고 표 발권을 돕는 등 업무를 해왔다”며 “영어 요건을 없애라는 게 아니라 수준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선언( Sunil) 씨 역시 “채용 당시 영주권 취득 경로가 있다고 들었으나 이런 수준의 시험을 요구받을 줄 몰랐다”며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에 왔고, 내년 3월까지 비자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험 응시와 비자 갱신 비용이 큰 부담”이라며 “비자 갱신 때마다 가족 기준 3,000~4,000달러가 들어가고, 시험도 다시 봐야 하며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도 수천 달러가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섬만 해도 수백 명의 버스 기사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북섬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 대학교의 학문용 영어 강사 마리아 트리드웨이(Maria Treadway)는 IELTS 등 언어 시험이 학업용으로 설계돼 듣기와 말하기보다는 읽기와 쓰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험 주제도 고등 교육 수준에 맞춰져 있어 버스 기사들이 일상 업무에 필요로 하는 영어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부 스킬·영주 정책 매니저 폴리 보울스(Polly Vowles)는 “IELTS 6.5는 오랜 기간 숙련 기술자 영주권 경로에서 일관되게 적용된 기준”이라며 “대부분 상황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지표”라고 밝혔다. “영주권은 뉴질랜드에 장기 정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임시 비자보다 높은 영어 실력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생님과 이민 컨설턴트들은 업무 특성에 맞춰 직종별로 영어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아임스 글로벌의 시니어 라이선스 이민 컨설턴트 아루니마 딩그라(Arunima Dhingra)는 “모든 직종에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지 거민재단(Fiji Girmit Foundation) 크리시 나이두(Krish Naidu) 회장은 “버스 기사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좌절하고 있다”며 “언어 요건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시험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민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수천 명의 버스 기사들이 이 문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조합 퍼스트 유니온의 버스 전국 코디네이터 헤일리 코트니(Hayley Courtney)는 “버스 회사들이 더 많은 교육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요 버스 회사들은 운전자 영어 교육 지원과 내부 프로그램 운영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킬네틱 뉴질랜드(Kinetic New Zealand)의 스티븐 맥키프리(Stephen Mckeefry) 최고운영책임자는 “운전기사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현지 관리자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사내 교육 프로그램 ‘랭귀지 링크(Language Link)’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리치스(Ritchies) 측도 “비자 신청 절차와 영어 시험 지원에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이미 여러 비자 신청자들이 기준을 충족하거나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지, 바베시, 선일 등 다수 기사들은 이민 정책 개선을 촉구하며 “뉴질랜드 현장 업무에 적합한 현실적인 영어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라지 씨는 “시험에서 영국 주제에 대해 말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매일 버스에서 고객과 대화하는데 시험 내용은 우리 업무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바베시와 선일 씨도 “우리는 현장에서 문제없이 의사소통하지만 정부 기준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