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다섯 번 운다

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다섯 번 운다

0 개 6,373 NZ코리아포스트
다섯 번 울 수 있는 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그만큼 성숙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면서 카다르시스를 맛본다.

여성은 눈물을 흘릴 때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동네 어린 아이가 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익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체로 건져진 아이가 동네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한 여학생의 얼굴을 지금도 난 잊을 수가 없다.

눈동자 바깥면의 위에 있는 눈물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인 눈물은 다른 물질들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눈물의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은 수분과 염분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물의 가치를 어찌 물리적 화학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으랴. 그 중에서도 여성의 눈물, 특히 어머니의 눈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응축상태라고 할까?

며칠 후면 이곳에서 또 추석날을 맞이하게 되겠다. 특별한 감흥이 있을까마는 마음이 허전할수록 옛날 생각에 눈물 젖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맛본다고 한다. 억압된 감정, 억눌린 어떤 정서를 울음을 통하여 정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주인공을 통해 대리감정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일이 흔히 있다.

눈물은 인간을 한결 성숙하게 만든다. “눈물과 함께 밤을 지새워 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사랑을 논하지 말라”라고 누가 말했던가? 다섯 번 울 수 있는 뉴질랜드 한국 여인은 그만큼 성숙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가느냐마느냐, 엎치락뒤치락하기를 몇 번씩 하면서 회유 반, 공갈 반인 남편의 설득에 떠나게 된 이민 길…….
지금까지 외국 한번 나가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어린것들을 데리고 산 설고 물 설은, 말도 통하지 않는 타향살이를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공항 출국 장소에는 그동안 미운 정, 고운정이 쌓였던 친척 친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 아빠와 철모르는 세 살짜리 아이는 벌써 저만큼 들어가서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하는데 늙으신 어머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여인은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만다. “나는 못 간다, 나는 못 간다.” 품속에 안긴 6개월짜리 아기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저녁 내내 비행기는 날고 있는데 창밖을 보니 벌써 아침이 온 듯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육지가 보이는데 푸른 초원을 보니 뉴질랜드가 틀림없다. ‘천사들의 고향’이라더니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땅이다. 공항에 내리니 날씨는 청명한데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상큼하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야 데리고 왔느냐고 남편을 원망하면서 두 번째 눈물을 흘린다.

모텔에 짐을 풀고 눈을 붙이고 났더니 밤이 되어 어스름하고 비가 내리더니 겨울이라 그런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늦은 여름의 더운 날씨였는데……. 이럴 땐 뜨끈뜨끈했던 온돌방이 새삼 그리워진다. 어린 것들은 보채는데 문밖에 가게가 있나, 말이 제대로 통하나, 차가 있나, 길을 아나,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지고 온 라면도 한 두 끼지 살길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설움이 북받친다.

살림집을 얻어 이삿짐을 정리하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길도 익히고 사람들도 사귀면서 이민 생활의 묘미를 찾게 된다. 찌는 듯 하는 더위도 없고 혹독한 추위도 없으며 전국이 초록의 카펫이요 도시 전체가 공원이다. 알고 보니 모든 시스템이 편리하게 갖추어져 있어 매력을 느낀다. 어린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고 큰 아이는 제 세상을 만난 듯 뛰어 다닌다. 이렇게 좋은 곳에 살면서 고국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맺힌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져온 돈은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돈 벌이는 막연하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거들먹거리고 다니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누가 알아주랴. 뉴질랜드가 지상천국이라고 친구며 친척이며 들락거리는데 손님 치다꺼리 하느라고 가슴이 타는 것은 어쩌랴. 그런데도 입장과 생활방식의 차이로 서운한 감정이 생길 때 슬프다.

다섯 번 울 수 있는 한국 여인은 행복하다. 뉴질랜드 한국 여인들이여, 부디 용기를 잃지 말아다오. 인간은 사명을 다 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그대들의 사명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복된 땅에서 행복을 가꾸도록 터전을 닦는 일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6.25 전쟁 중에도 엄마 있는 자식들은 굶지 않았다. 입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고국에 손을 내밀 수 있으랴. 우리에게 제3의 땅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성공해야한다.


한일수 (경영학 박사/칼럼니스트)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OC “휴가철, 외래 침입종 확산 방지에 협조를…”

댓글 0 | 조회 123 | 6시간전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앞두고 자연보존… 더보기

성탄절 앞두고 예정했던 파업 철회한 Air NZ 승무원 노조

댓글 0 | 조회 137 | 6시간전
Air NZ 직원 400여 명이 회사… 더보기

12월 16일 화요일, NZ 뉴스 요약

댓글 0 | 조회 269 | 7시간전
캔터베리 주택 중간 가격, 사상 최고… 더보기

2026 WAAP 챔피언십, 뉴질랜드서 개최… 뉴질랜드 선수 9명 초청

댓글 0 | 조회 762 | 15시간전
로열 웨링턴 골프 클럽이 2026년 … 더보기

식품가격 3개월 연속 하락, 식료품·전기요금은 여전히 상승

댓글 0 | 조회 583 | 16시간전
통계청(Stats NZ)에 따르면, … 더보기

뉴질랜드, 1.5% 캐시백에 대출 재융자 열풍

댓글 0 | 조회 993 | 16시간전
12월 뉴질랜드 모기지 상담사들을 대… 더보기

임대료, 평균 소득의 40% 차지… 웰링턴·오타고·베이오브플렌티 상황 더 심각

댓글 0 | 조회 418 | 16시간전
최신 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 임차인들… 더보기

연말, 뉴질랜드 금융자문사 대상 사이버 사기 급증

댓글 0 | 조회 209 | 16시간전
뉴질랜드 금융서비스그룹(NZFSG)은… 더보기

오클랜드, 밤사이 차량 단속으로 불법 총기 2정 압수

댓글 0 | 조회 362 | 16시간전
오클랜드에서 밤사이 두 건의 차량 단… 더보기

오클랜드, 역대 최대 7.9% 세금 인상… 시민단체, 상세 내역 공개 요구

댓글 0 | 조회 1,349 | 20시간전
오클랜드 시의회가 2026년도 예산안… 더보기

뉴질랜드 국세청, 한 해 900개 회사 압류… 과거 6년 중 최대 규모

댓글 0 | 조회 1,009 | 23시간전
뉴질랜드 국세청(IR)이 지난 1년 … 더보기

국민 78%, 정부에 공공주택 대규모 건설 촉구

댓글 0 | 조회 661 | 23시간전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최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시장 긴장 고조

댓글 0 | 조회 1,229 | 23시간전
뉴질랜드 최대 은행인 ANZ는 최근 … 더보기

뉴질랜드, 무카드 시대를 향해… QR 결제·디지털 지갑 확산

댓글 0 | 조회 673 | 23시간전
뉴질랜드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 더보기

“어디로 가야 하지?” 연말연시 뉴질랜드 강추 휴가지 10선

댓글 0 | 조회 831 | 23시간전
지금 이 계절의 뉴질랜드는, 햇빛이 … 더보기

연말 연휴, 식품안전 꼭 지켜야… 뉴질랜드 식품안전청 경고

댓글 0 | 조회 276 | 23시간전
뉴질랜드 식품안전청(NZ Food S… 더보기

캔터베리·태임즈-코로만델, 화재 위험 증가로 제한적 화재 시즌 돌입

댓글 0 | 조회 123 | 23시간전
캔터베리와 태임즈-코로만델 지역이 최… 더보기

12월 15일 월요일, NZ 뉴스 요약

댓글 0 | 조회 602 | 1일전
홍역 신규 확진 1명 추가, 누적 확… 더보기

뉴질랜드, 제22기 평통 공식 출범… "긴밀 소통·평화 공존" 다짐

댓글 0 | 조회 541 | 1일전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질랜드… 더보기

중국 경제 부진에 뉴질랜드달러, 0.5800 아래로 하락

댓글 0 | 조회 938 | 2일전
15일 아시아 시장에서 뉴질랜드달러/… 더보기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서 실종자 두 명 시신 수습

댓글 0 | 조회 875 | 2일전
뉴질랜드 경찰은 13일(토) 오후 7… 더보기

"2025년 뉴질랜드 경기 침체는 없었다”…

댓글 0 | 조회 1,015 | 2일전
뉴질랜드의 2025년 경제 성과가 그… 더보기

뉴질랜드 고용시장 회복세 지속…구인광고 1% 증가, 연간 9% 상승

댓글 0 | 조회 349 | 2일전
뉴질랜드의 고용시장이 점진적인 회복 … 더보기

남섬부터 북섬까지, 이번 주 강한 비·바람·급격한 추위

댓글 0 | 조회 942 | 2일전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번 주, 뉴질랜드… 더보기

은행들, 3분기 GDP 회복 전망… 그러나 통화정책 영향은 제한적

댓글 0 | 조회 256 | 2일전
뉴질랜드 주요 은행들이 9월분 국내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