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가 왼쪽으로 감기는 희귀 ‘좌나선’ 달팽이 한 마리가 뉴질랜드 전역의 ‘참여형 자연 관찰’ 캠페인을 촉발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지젤 클락슨(Giselle Clarkson)이 와이라라파 자택 텃밭에서 발견해 ‘넬(Ned)’이라 이름 붙인 이 달팽이는, 번식을 하려면 좌나선 짝을 만나야 하지만 확률이 극히 낮아 대중 제보를 통한 ‘짝 찾기’에 나섰다. 캠페인은 잡지 뉴질랜드 지오그래픽(NZ Geographic)이 주도한다.
왜 ‘좌나선’이 특별한가
대부분의 달팽이는 껍데기가 오른쪽(시계방향)으로 말리지만, 넬처럼 왼쪽(반시계방향)으로 말리는 경우는 약 4만 분의 1로 보고된다. 달팽이는 생식기가 좌우가 ‘거울상’처럼 맞아야 교미가 가능한데, 좌나선과 우나선은 해부학적 위치가 반대로 달라 번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넬의 짝 찾기는 ‘희귀성’ 자체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발견·보호 경위와 현황
클락슨은 정원 정리 중 돌보던 채소(청경채) 근처에서 넬을 발견했고, 바로 작은 어항 형태의 임시 서식처를 마련해 보호를 시작했다. 이후 NZ Geographic과 연결돼 전국 단위 시민 참여 제보가 개시됐다. 라디오 뉴질랜드(RNZ)는 클락슨이 “처음엔 다른 종인가 싶었는데 곧 좌나선임을 알아보고 놀랐다”는 소회를 소개했다.
어떻게 제보하나
NZ Geographic은 웹 페이지와 SNS를 통해 “정원·공원에서 달팽이를 발견하면 껍데기 나선 방향을 확인하고, 좌나선이면 사진과 위치를 제보”하도록 안내한다. 사이트에는 좌·우나선을 구분하는 도해와 사진 비교도 제공된다.
해외 선례: ‘제러미’의 러브 스토리
이번 캠페인은 2016~2017년 영국에서 좌나선 달팽이 ‘제러미(Jeremy)’의 짝을 찾기 위해 전 세계 공모를 벌여 실제 교미에 성공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좌나선의 희귀성과 대중 참여가 결합해 자연사 연구에 대한 관심을 크게 끌어올렸다.
‘기묘하지만 유익한’ 공공 캠페인
일부에서는 ‘정원 해충’으로 여겨지는 달팽이를 왜 돕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환경·과학교육 측면에서 지역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아이들과 시민이 직접 관찰·기록·제보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