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와 호주가 퍼시픽(태평양) 지역 필로폰 시장의 ‘캐시카우(현금 젖소)’ 역할을 하면서, 이로 인해 태평양 섬나라에서 마약 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범죄 전문가가 경고했다.
캔터베리대 퍼시픽 지역 안보 허브의 조제 소우사-산토스(Jose Sousa-Santos) 교수는 “이미 5년 전부터 경고 신호가 있었고, 퍼시픽 지역 사회는 이제 엄청난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유행과 함께 각종 보건‧사회경제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최근 피지는 약물 사용자 간 주사기 공유 등으로 인한 HIV 감염(2023~2024년 1,583건, 281% 증가)도 공식 선언했다.
소우사-산토스 교수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피지, 통가, 사모아 등은 북‧남미, 동남아시아에서 뉴질랜드와 호주로 향하는 메스암페타민과 코카인의 주요 이송 허브로 활용돼 왔다. 역사적으로는 이들 국가 내부엔 마약이 퍼지지 않고, 국제 범죄 조직이 현지 엘리트계층 또는 정부 고위 인사 등에게 ‘현금’으로만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5년 전부터 범죄 조직들이 보수를 현금 대신 마약 자체로 지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우사-산토스 교수는 “대가로 받은 마약을 되팔 경우 오히려 돈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피지뿐 아니라 통가 등 여러 퍼시픽 도서국에서 현지 마약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퍼시픽 사회는 마약 중독, 범죄조직, 공공기관 부패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5월 피지 나디공항에서는 5kg의 필로폰이 적발됐고, 그중에는 마약단속국, 세관 고위관계자 등 공무원도 연루됐다. 해당 필로폰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 나이지리아 등과 연결된 루트로 밀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소규모 퍼시픽 조직들도 자체 유통망을 만들고 있고, 현지 시장이 충분히 수익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체적으로 다양한 밀수 루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호주, 뉴질랜드 출신의 추방자(Deportee)들도 일부 합류, 새로운 범죄 전략과 연결망을 태평양 지역에 전파하고 있다.
소우사-산토스 교수는 “만성적으로 사회에 재통합되지 못하는 이 추방자들이 본국의 범죄조직과 다시 연결돼, 기존에 없던 마약 범죄 방식과 조직을 이 지역에 도입했다”며 현재 퍼시픽이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위기에 대한 해법은 단순 수사나 단속을 넘어, 지역 차원의 협력 강화와 지역 문화, 맥락에 맞는 통합적‧맞춤형 방안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테르폴 등 국제기관과의 협업, 현장 공동체 리더의 참여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