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경찰에는 평균 4분마다 한 건씩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다. 하루 최대 400건에 달하는 이 신고는, 실제 벌어지는 가정폭력의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실상 숨은 대유행(hidden epidemic)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오클랜드 대학 법학 교수이자 10년 가까이 가족폭력 사망 검토 위원회(Family Violence Death Review)에 몸담았던 마크 헤나한(Mark Henaghan)은 이렇게 진단한다.
뉴질랜드는 따스함과 공동체 의식을 자랑하는 나라이지만, 닫힌 문 뒤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맞고, 다치고, 목소리를 잃고 있다. 실제로 국내 살인 사건의 약 50%가 가족폭력과 관련 있으며, 전체 가정폭력 사건 중 드러나는 것은 약 20%뿐이라고 헤나한 교수는 말한다. “대부분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뭔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뉴질랜드의 가정 및 가족폭력 발생률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13명의 여성과 10명의 남성이 가족폭력으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마오리 여성은 파트너에 의해 피해를 입거나 살해될 위험이 더욱 크고, 도움을 요청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헤나한 교수는 “가정폭력이 국가에 끼치는 재정적 손실도 엄청나다. 생산성 저하, 학습과 일의 중단, 의료 비용, 아동의 어려움 등 모든 비용을 합치면 연간 80~100억 달러,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잘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 심각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심각성에 주목해 대응에 착수했다. 테 푸나 아오누이(Te Puna Aonui) CEO이자 Family Violence and Sexual Violence 제거 집행위원회 핵심 멤버인 엠마 파월(Emma Powell)은 “수치상으로도 여전히 발생률은 완고하게 높지만, 정부가 위기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2021년부터 25년간 지속될 ‘가정·성폭력 근절 국가 전략–테 아오레레쿠라(Te Aorerekura)’를 추진 중이다. 전략 2단계가 지난해 말 도입됐으며, 앞으로 몇 년간 실질적인 투자, 효과적 자원 배분, 현장 인력 강화, 지역사회 접근, 조기 개입, 아동 중점 지원, 가해자 상응 조치,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월 CEO는 “집단적(collective)으로 접근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며, 이는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실행하면 긍정적 변화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정부는 실무진이 가정·성폭력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더욱 확대해, 향후 2년 내 1만 명의 일선 근로자에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카렌 추어(Karen Chhour) 가족·성폭력 예방 담당 장관은 “이 교육은 피해자·생존자들이 최고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현장 인력들이 위험 신호를 인지·연계·지원하는 역량을 키울 것이다”라며, “정부 부처 협업이 가져온 변화와 실질적 진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파월 CEO는 “최근 로토루아에서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 심각한 폭력 상황을 벗어난 여성들이 실제로 점점 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인 성공 척도가 아니지만,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자신과 가족을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실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Source: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