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슈퍼 사이즈 그레니 플랫(별채)’을 건축 허가 없이 지을 수 있도록 한 새 정책을 발표하며 주택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자원관리법(RMA) 개혁의 일환인 이번 완화 조치로 향후 10년간 최대 1만 3,000채의 주택이 추가될 전망이다. 정부는 “가족들에게 더 다양한 주거 옵션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규제 장벽은 낮췄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점진적 개혁만으로는 뉴질랜드의 심화되는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번 조치는 자원관리법 개정과 함께 주거, 혼합용도, 농촌, 마오리 목적 구역에서 그레니 플랫의 허가 절차를 단순화하는 새로운 국가환경기준(NES) 도입도 포함한다.
표면적으로 1만 3,000채의 추가 주택은 희망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클랜드대 도시계획학과 티모시 웰치 교수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연간 주택 허가 건수(4만~5만 채)에 비하면 이는 공급 증가분의 2.6%에 불과하다. 특히 주택난이 심각한 오클랜드에서는 연간 300채 정도만 추가될 전망으로, ‘바다에 한 방울’에 그친다.
웰치 교수는 “규제 장벽을 줄이는 데는 진전이 맞지만, 주택난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런 점진적 개혁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본 70㎡(약 21평) 그레니 플랫을 짓는 데는 20만~30만 달러가 든다. 부지 준비, 인프라 연결, 법적 요건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상한선에 가깝다. 현재 금리로 25만 달러 대출 시 주당 약 480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대도시에서 임대료가 500~600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이는 이상적인 경우에 한정된다. 자본이 있는 기존 주택 소유주에게는 투자 가치가 있지만, 임차인이나 저소득층에게는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웰치 교수는 “시장 기반 주택 정책의 한계는 자본이 있는 이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레니 플랫도 상하수도, 우수 등 완전한 주거 인프라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클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웰링턴 등 주요 도시는 이미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랐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진공 하수 시스템이 포화 상태고, 오클랜드는 폭우 때 하수관이 넘치며, 웰링턴은 현재 수요도 감당이 어렵다.
웰치 교수는 “과부하된 인프라에 수천 채의 별채가 추가되면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공학적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주차 공간도 문제다. 최소 주차 규정이 사라지지만, 뉴질랜드는 인구 1,000명당 차량 837대로 여전히 자동차 의존도가 높다.
캘리포니아는 2017년 법 개정 후 그레니 플랫 허가가 2016년 1,000건에서 2019년 1만 3,000건으로 급증했지만, 실제 완공률은 60%에 불과했다. 호주도 2차 주택 허가가 났으나, 실제 건설은 13~23%에 그쳤다. 오클랜드 유니터리 플랜 도입 후 연 300~400건의 허가가 나지만, 실제 건설 수치는 불분명하다.
웰치 교수는 “1층, 70㎡ 이하 별채를 허가 없이 짓게 해도 비용과 인프라 한계로 인해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기존 주택 소유주다. 별도의 공모 없이 개발 권한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레니 플랫은 건축비만큼 집값을 올려주고, 임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임차인에게는 전체 주택보다 20~30% 저렴한 별채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가족에게는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 1층, 단독형, 2m 이격 등 디자인 규정도 저밀도 주거 형태를 고수해 도시 집약화에는 한계가 있다.
웰치 교수는 “벽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2층 설계 등 더 효율적인 도시 집약화가 가능하지만, 이번 정책은 교외 미관을 유지하는 방향에 그쳤다”고 말했다.
웰치 교수는 “이번 정책은 뉴질랜드식 주택 정책의 전형적 패턴”이라며 “위기를 인정하지만 개혁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질적 공급 확대는 이미 해외에서 표준인 중밀도 개발에서 나올 수 있으며, 최대 18만 가구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다.
“이번 완화로 관료적 장벽은 줄고, 일부 추가 주택 공급과 소유주 선택권은 늘었지만, 정부가 더 큰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웰치 교수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