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마음을 읽듯이 이민성 담당자의 마음을 읽습니다.
얼마 전 형사 재판에서 제 의뢰인에 대한 경찰의 기소가 기각되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재판이 중단되고, 판사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기되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느라 2년 이상 시간이 걸렸던 형사 소송이었습니다.
경찰이 기소한 혐의는 음주측정 거부였습니다.
판사가 경찰의 소를 기각한 이유는 피의자가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경찰에 체포되어 새벽에 경찰서에 끌려간 제 의뢰인은 한국인 변호사의 조언을 듣겠다고 요구했습니다. 제 의뢰인이 알려준 한국인 변호사들 전화번호로 경찰이 연락했습니다만, 아무도 연결이 되지 않고 단 한 사람이 연락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경찰에게 자기는 형사전문변호사가 아니라고 알려줬습니다.
경찰은 한국인 변호사와 연결하려고 모든 합리적인 노력을 다 했다는 판단을 하고, 제 의뢰인에게 피검사를 요구했지만 제 의뢰인은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음주측정 거부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판사는 경찰이 제 의뢰인이 변호사의 조언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그 경찰의 소를 기각했습니다. 판사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그 시간에 형사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인 변호사를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은 영어를 사용하는 형사 소송 전문 변호사와 한국어 법정 통역사를 피고인에게 연결해 주었어야 했다. 한국어 법정 통역사는 야간에도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2년 이상 마음 고생을 했지만 경찰의 기소가 기각되어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제 의뢰인은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판사의 판결 근거가 된 '한국인 변호사가 아니면 한국어 통역이라도 연결해야 한다'는 문장은 피고인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Human Rights Act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법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포함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판사의 역할입니다. 판사가 가진 판단 권한을 의뢰인에게 유리하도록 행사하도록 만드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이민법과 이민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파트너가 12개월 이상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을 바탕으로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예시는 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은 이민성 담당자의 역할입니다. 이민성 규정에 제시되어 있는 자료 조건에 똑 떨어지도록 맞는 자료를 의뢰인이 준비할 수 없는 경우에, 의뢰인이 준비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의뢰인이 12개월 동거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설명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이민성 담당자는 대한민국의 제도를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기업체에서 발급하는 문서의 형식과 내용이 뉴질랜드의 유사한 문서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뉴질랜드 한국 교민들은 거의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은 출생증명서를 정부에서 발급해 주지 않습니다. 여러 비자신청서에는 출생증명서를 첨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자리에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발급한 Certificate of Family Relations를 첨부하면 된다는 사실은 뉴질랜드와 한국 사정을 모두 아는 사람이라야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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