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뉴질랜드 한인의 날, 전통과 K-컬처가 보여준 공동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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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태의 뉴질랜드 이야기 < 특파원-통신원 < 기사본문 - 글로벌 비즈 뉴스 -
올해 2025 한인의 날은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니라, 뉴질랜드 내 한국 커뮤니티가 얼마나 성숙한 문화적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증명한 자리였다. 
지난 12월 6일 오클랜드 Eventfinda Stadium을 가득 채운 열기와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이제 한인의 날이 더 이상 ‘동포 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국제문화의 접점으로 성장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기획으로 돋보였다. 대금과 기타로 시작해 중국 전통무용과 K-pop 댄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뉴질랜드 사회의 다문화가치를 정확히 읽어낸 연출이었다. 전통문화는 고루하고, K-pop은 자극적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두 요소가 서로의 존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율된 점은 현지 한인 사회가 문화적 기획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오후 기념식의 구성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해병대 기수단의 입장과 두 나라 국가 연주는 동포 행사의 상징성과 격조를 충분히 살렸다. 정치·외교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축사를 전한 장면은, 한인의 날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예년과 다름을 보여준다. 단순히 동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뉴질랜드 사회 속 한국의 존재감이 정치적·외교적 의미까지 담아내는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K-POP 콘테스트다.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현지에서 진행된 공식 오디션급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뉴질랜드 청소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K-팝을 향한 열정을 드러낸 장면은, K-컬처가 이미 글로벌 문화 생태계의 일부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더 나아가 한국 기획사가 국외에서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K-팝 산업이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이는 뉴질랜드 한인 사회가 단순히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 생산의 현장과 연결되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한인의 날은 또한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한복 체험, 서예, 김치 만들기, 전통놀이 등 체험 부스는 현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냈고, 이는 다문화 사회에서 한국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행사장을 메운 음식 부스의 인파와 체험 공간의 붐비는 모습은, 이제 한국 문화가 하나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현지 생활 속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박 예방, 금융 서비스 등 생활 정보 부스가 포함된 점은 동포 사회의 실질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행사 현지인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에, 프로그램과 부스가 더 적극적으로 로컬 네트워크와 연결된다면 행사의 외연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둘째, K-컬처 중심 프로그램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전통문화의 깊이를 더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날 전통 공연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전통예술이 단순한 ‘부담 없는 볼거리’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체계적인 기획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인의 날이 남긴 인상은 감동적이다. 동포가 만든 행사로 시작해, 지역사회가 함께 즐기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글로벌 K-컬처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는 단순한 행사 성공을 넘어, 뉴질랜드 속 한국 문화의 위상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폐막 후 홍승필 한인회장이 “부산시와 함께 더 큰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발언은, 앞으로 이 축제가 도시 간 문화외교의 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인의 날이 단지 규모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2025 한인의 날은 분명히 기록될 행사였다.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성을 모두 아우른 이 축제는, 뉴질랜드 한인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나침반으로 기능했다.







출처 : 글로벌 비즈 뉴스(http://www.gb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