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의 시골마을/photo by 9000dong
지난 10월 마지막 주, 수안보를 거쳐 발음도 괴상한 충청도 괴산을 지나고 있을 때,
가을은 산과 들, 숲과 나뭇잎마다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충북 괴산의 명물 달봉고추/photo by 9000dong
의구한 산천에 인걸은 낯설었으니 고향이 이 곳이었다는 그이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탯줄을 괴산군청 옆 텃밭에 묻고 한양, 전주, 대구등으로 튀다가 마침내 뉴질랜드로 달아난…
그이가 만약 이 곳을 떠나지 않았다면 방죽 모퉁이에 보리새우와 붕어를 키우는 어부가 되어,
매운탕을 끓여 팔았음직한 저수지에 잠시 차를 세웠다.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문광저수지와 은행나무길/photo by 9000dong
마침, 모친을 부축하며 걷는 백발의 아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방죽 은행나무길은 분주했다.
그리고 상상은 남태평양에서 다시는 본인의 탯줄을 묻었던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그이에게 미치니,
아, 떠난 달봉이 돌아오지 않으니 괴산은 외롭고 쓸쓸하더라.
전통문을 받아가기 위해 구천동을 방문한 전령/photo by 9000dong
달봉거사!
곧 떠나는 이양반에게 괴산의 가을을 묻혀 보내니, 제이슨을 만나거든 옷소매를 붙들고 콧날이라도 비벼대시오.
그리고 부디 그 향기나마 간직하길 바라오.
당신의 놀라운 촉이 그리운
9000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