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린아이 고보경 /일러스트/이상준
지금으로부터 12년여 전,
유치원을 다닐까 말까 하는 여자아이 하나가 푸푸케 풀밭을 뛰어다니며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40을 넘을까 말까 하는 한 남성 또한 눈알을 부릅뜨고 작대기를 휘둘러댔다.
서로는 오며 가며 가끔씩 마주쳤지만 나이 차이가 심해 관심을 둘 처지가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세월은 똑같은 시간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12년여가 지난 오늘,
그 천진난만했던 어린아이는 올 미국여자프로골프에 입문하여 3승째를 거머쥐고 억만장자가 되어,
자신이 깡총깡총 뛰어 놀던 뉴질랜드로 돌아간다 하고,
당시 한 가지였던 스윙궤도를 수십 개로 늘려놓은 그 남성은 지금도 푸푸케 골프체험학교에서 졸업은 커녕,
전동카트 하나 장만하지 못한 채 구루마를 끌며 돌아 댕기고 있으니,
한 사람은 뉴질랜드의 희망, 17세 소녀 ‘리디아 고’이고,
한 사람은 장차 뉴질랜드의 풀밭 생태 전문가가 될지도 모르는 ‘황달봉’이다.
둘 다 조국을 떠난 이민자로 크게 성공한 사례가 아닐 수 없어 여기에 소개하고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9000dong
풀밭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구루마’를 끌던 황달봉/photo by 9000dong
어머니 상중에도 한 밤중에는 잠시 눈을 붙였건만, 한 때 푸푸케 동문이었던 ‘리디아 고’가 궁금하여 새벽3시30분에 중계방송을 보느라 나흘 밤을 설쳐 댄 ‘이한도’! ,
푸푸케에서 황달봉과 맞짱뜨다가 살림살이가 기울어, 지금은 구천동 너머에서 벼랑박 옛 여인의 그림을 벗삼고 회상하며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중이다. /Photo by 9000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