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많이 짧아졌다.
일주일에 골프를 퇴근 후에나 두세번 밖에 칠 수 없는 월급쟁이에게 짧아진 낮은 또다른 6개월의 기다림을 의미한다.
얼마전 그날도 열심히 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포모사에서 9홀을 치고 돌아가는 길은 외지고 가로등도 제대로 켜져 있지 않아 캄캄하고 으스스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길에는 오가는 차도 드물었고 혼자 운전하고 가는 터라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그때 갑자기 차 뒤쪽 트렁크에서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시속 80키로로 달리는 차에 누가 똑똑 두드릴 수가 있지? 식은 땀이 한줄기 등을 타고 내려갔다.
흡사 누군가 트렁크안에 갇혀 살려다라는 듯한 긴박한 두드림으로 들렸다.
반사적으로 엑셀을 밟아 속도를 높였다. 사람들이 있는 아니 좀 더 환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똑똑 하고 문을 긁듯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룩미러를 통해 본 뒷좌석에는 아무도 없었고 따라오는 차도 없었다.
이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판단되어 갓길로 차를 대고 트렁크를 열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트렁크를 정말 조심히 천천히 열어 보았다.
그러자 내눈 앞엔 하얀 동그란 두개의 물체가 나타났다. 그렇다. 골프공 두개가 가방에서 나와있었다.
좌회전 우회전 할 때마다 트렁크를 똑똑 두들겼던 것이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이 또한 열심히 치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아닌가? 상관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