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풀밭에서 맺은 인연을 각별히 여기며, 키가 작으나 크나 얼굴이 틀어졌거나 바르거나 보태기 빼기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골프에 입문한지 10년이 지나고 나이 쉰이 넘어 사지가 덜덜 떨리는 질환이 없는 한 영원한 맞짱임을 선언한다.”(NZ풀밭인연 맞짱 선언문 1조1항에서..)<?xml:namespace prefix = o />
선언문을 외우며 떠났다.
오늘 낙오되면 영원히 꼬꾸라진다는 불안감을 숨기고….
여덟 중 둘을 패자 망신시키는 날, 집에 돌아가 각시한테 빼앗길 에너지까지 남김없이 쏟아 부었건만 허사가 되고 말았다. 힘쓰고 있는 ‘야문정’과 힘 빠져 나오는 ‘이 제이슨’이 그날의 주공이다. 훗날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야문정’이 그날의 화를 삭히려 낚시터로 떠나 앉아있었으나 반나절이 지나도록 입질조차 없었다고 한다. Whitford에서 얻은 홧김이 낚시바늘에까지 전이되어 바다 속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라니 맞짱에서 무너지는 심기가 얼마나 무섭단 말인가.
승자의 여유, 이미 앞 팀에서 1등으로 졸업한 ‘양허당’께서 18홀로 들어오는 뒤 팀을 바라보며 하는 짓들을 체크하고
있다. 얼마 전 뼈아픈 한도를 맞았던 악몽들이 머리주변을 맴돌다가 뙤약볕에 말라 비틀어지며 흩어졌다. 그리고 속으
로 중얼거리며 웃었다. “골프는 어제는 안됐다가 오늘은 되고, 오늘 됐다가도 내일은 어쩔랑가 몰러. 허허허허……”
매사에 긍정적이며 바쁠 것이 없는 양호선사에게 또 다른 별호 ‘허당虛堂’을 붙이니 ‘빈집’의 너그러움에 성과 음운까지 잘 어울린다. 심란을 일으키는 세상 꼴을 피해 자꾸만 산중山中행을 꿈꾸는 ‘李허당(말짱허당)’과는 속세를 헤쳐가는 방법이 천지간이다.
Whitford Park G.C에서 맞짱뜨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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